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화물차가 갈 곳이 없다
  • 서철석 기자
  • 등록 2025-09-01 08:21:30

기사수정
  • 공영차고지 부족으로 화물차들 갈 곳 잃어…학교 앞·동네 도로 점령
  • 밤마다 주차장 변한 생활도로, 교통사고 위험까지 가중돼

[대구경북취재본부 서철석 기자] 밤 10시, 대구 북구의 한 초등학교 앞길을 지나다 깜짝 놀랐다. 낮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인도 위에 대형 화물차 여러 대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대구시 북구 금호공영차고지 옆에 불법 주차된 화물자동차와 승용차

"여기가 차고지인가?" 순간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몇 미터 떨어진 곳에 공영차고지 안내판이 보였다. 정작 공영차고지 안에는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왜 화물차들은 밖에서 밤을 새우고 있을까.


갈 곳 잃은 화물차들


화물차 기사 김모씨(52)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보니 사연이 있었다.


"공영차고지 이용료가 한 달에 8만원이에요. 그런데 경북 칠곡이나 성주 쪽 사설 차고지는 3만원이면 충분해요. 차고지 등록은 저렴한 곳에 해놓고, 실제로는 집 근처에 세워두는 거죠."


경제적 부담과 편의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은 결과가 불법주차였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비단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화물차가 갈 곳을 잃고 거리를 헤매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화물자동차는 약 350만대인데 반해, 공영차고지 수용능력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대구의 경우 화물차 약 5만대 대비 공영차고지는 5곳에 불과하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안전사각지대가 된 주거지역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대구 달서구 남대구IC 인근이나 북구 서대구역 주변은 이미 '화물차 불법주차 1번지'로 불린다. 좁은 이면도로까지 화물차가 빼곡히 들어서면서 응급차량 진입로가 막히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달에는 실제로 한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차가 불법주차된 화물차 때문에 진입하지 못해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주민 박모씨(47)는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마다 화물차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해서 불안하다"며 "시야가 가려져 교통사고 위험도 크다"고 호소했다.


미봉책으로는 해결 안 돼


물론 지자체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는 올해 공영차고지 2곳을 추가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는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차주들도 어쩔 수 없이 불법주차를 하는 상황인데,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간 단속을 피해 새벽 일찍 차를 옮기는 '단속 피하기'가 일상화되면서 화물차 기사들의 수면권마저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종합처방전이 필요하다


화물차 불법주차 문제는 단순히 교통질서 차원을 넘어선다. 물류산업의 경쟁력, 도시안전, 주거환경이 모두 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우선 공영차고지 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땅값이 비싼 도심 내 부지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심 외곽에 대규모 화물차 전용 주차시설을 조성하되, 셔틀버스나 지하철 연계교통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차고지 이용료 현실화도 필요하다. 공영차고지 요금을 사설 차고지 수준으로 인하하거나, 운송업계에 대한 지원을 늘려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화물차 기사들의 인식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쌓이면서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자


취재를 마치고 금고동 초등학교 앞을 다시 지나면서 생각해봤다. 과연 우리는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불법주차된 화물차 뒤로 아침 등교길에 나선 아이들이 보였다. 좁은 인도 사이로 조심조심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화물차 기사들도, 지자체도, 시민들도 모두 피해자이자 해결의 주체다. 서로 탓만 하며 미루기보다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할 때다.


안전한 우리 동네를 위해서라도.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서철석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교통일보 유튜브2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추석 당일 고속도로 최대 684만 대…귀경 정체 새벽까지 추석 당일인 25일 전국 고속도로에 하루 684만 대 차량이 몰리면서 귀성·귀경 양방향 모두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47만 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46만 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오전 11시 기준 서울 요금소에서 부산까지 9시간 10분, 목포까지 7시간, 광주까지 6시간 1...
  2. [이슈] 인구 70만 바라보는 김포, 골드라인은 한숨 돌렸지만… 5호선 연장 숙제 남아 배차를 줄여 버텨온 김포골드라인은 그 방식마저 한계에 다가섰다. 대안인 5호선 연장은 낮은 경제성과 먼 개통 시점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두 칸짜리 열차가 장기역 승강장에 들어선 건 28일 오전 7시20분이었다. 사우역을 지나자 객실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인 고촌역에서는 문이 열려도 오르지 못한 승객이 있었다. 그...
  3. [현장]한강버스 요금 2배 된다…관광이냐 교통이냐, 주말 요금 두고 공방 서울시가 내년 4월부터 한강버스 주말·공휴일 요금을 3천 원에서 6천 원으로 올린다. 평일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둔다.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고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과 전문가, 운영사 관계자, ...
  4. 주말엔 더 내고 평일은 3천 원 그대로…한강버스 '차등요금' 꺼냈다 주말마다 한강버스에 여가 이용객이 몰려 대기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기본요금 3천 원은 그대로 두고 주말·예약 요금을 따로 매기는 차등요금제를 추진한다.서울시는 29일 오전 10시 서소문청사 후생동 4층에서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차등요금제의 도입 목적과 필요성, 주말&mi...
  5. [이슈] 서울역~킨텍스 17분…GTX-A 달리는데, 다른 노선 2031년에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 2년 반 만에 누적 이용객 4047만 명을 넘어서며 경기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B·C노선은 착공식 이후에도 실제 공사가 늦어지면서 2031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역 지하 GTX-A 승강장에서 열차에 올랐다. 연신내역과 대곡역을 지난 열차는 경기 고양 킨텍스역에 멈춰 .
  6. 로보택시 회사들 데이터 공유한다…외산 라이다 대신 국산 부품 우선 검토 미래차 부품기업들이 기술을 확보하고도 양산 경험과 수요처가 없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가 완성차·부품·반도체·로보택시 기업을 짝지은 협력 협약 5건을 맺었다.산업통상부(산업부)는 30일 서울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미래차 생태계 구축 협력' 업무협약식과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M.AX 얼라이언스' ...
  7. [이슈]한강버스 적자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주말 요금은 서울시민도 2배 서울시 요금안대로라면 내년 4월부터 주말에 한강버스를 타는 서울시민은 6천 원을 낸다. 외국인 관광객, 다른 지역 주민과 같은 요금이다. 한강버스 운항 적자는 서울시 재정으로 메운다.서울시는 지난달 29일 '한강버스 요금체계 개편(안)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주말·공휴일 요금을 두 배로 올리는 차등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
  8. 美는 수입 금지하는데…韓, 中 로보택시 안보 규제 '미도입'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단 차량 10대가 이미 서울 강남을 달리고 있지만, 국내 운행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로보택시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교통부(국토부)에서 받은 '중국산 로보택시 국내 도입 및 규제 현황' 자료를 28일 ...
  9.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 도입 추진" 기존 버스에 센서를 덧붙이는 소규모 실증으로는 대량 도입에 한계가 있자, 서울시가 현대차·버스업계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용 시내버스 500대 도입을 추진한다.서울시는 1일 시청에서 현대자동차,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버스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
  10. 현대캐피탈 대출금 상환 유예…렌터카 업계 경영난 완화 기대 부산지역 중소 렌터카업체들이 캐피탈 사를 이용해 렌터카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시 매월 정기적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발생하는 경과이자도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대출금 상환 유예와 경과이자를 감면받으면 고물가·고금리·고유가 여파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렌터카 가동률이 바닥 수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