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의 시선이 로보택시로 옮겨가고 있다. 테슬라는 저가형 전기차와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고,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도 해외 시장을 겨냥하며 보폭을 넓히는 분위기다. 전기차 다음 경쟁 무대가 차량 판매가 아닌 자율주행 기반 이동 서비스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달리는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 (사진=교통일보)
21일 공개된 로이터 보도를 보면, 시장의 관심은 테슬라의 실적 자체보다 향후 성장 전략에 더 쏠려 있다.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를 언제 내놓을 수 있는지, 그리고 로보택시 구상이 실제 일정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다. 한때 전기차 시장 확대의 상징이던 테슬라가 이제는 기존 차량 판매만으로는 기대를 채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 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이끈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가격 압박은 커졌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진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들은 단순 제조업만으로는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은 다음 성장 동력을 차량 판매 바깥에서 찾고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로보택시다. 자율주행차를 한 대씩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을 직접 운행 체계에 편입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제조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플랫폼 운영자가 한 구조 안에서 맞물리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존 자동차 산업과 결이 다르다. 자동차를 만드는 산업에서 이동을 운영하는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셈이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런 방향을 더 강하게 내세워 왔다. 노후화한 차종 구성과 수요 둔화에 직면한 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자율주행 서비스와 인공지능을 회사 미래 전략의 전면에 세웠다. 텍사스에서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무인 호출 서비스를 6월쯤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캘리포니아 확대 구상도 제시했다. 다만 시장은 약속보다 실현 가능성을 더 따지고 있다.
테슬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적지 않다. 저가형 전기차는 판매 부진을 되돌릴 카드로 거론돼 왔지만, 출시 시점과 상품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로보택시용 차량 개발도 공급망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기에 머스크의 정치 행보가 브랜드 이미지와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까지 겹친다. 판매 감소와 마진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테슬라의 새로운 서사를 다시 세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
로보택시 경쟁은 미국 기업만의 무대가 아니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닷에이아이도 시야를 해외로 넓히고 있다. 중국 내 실증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외부 시장 진입을 타진하는 흐름이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이 자국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국제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로보택시는 전기차에 이어 미·중 기술 경쟁이 다시 맞붙는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장의 특징은 기술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보택시는 단순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정교한지의 문제가 아니다. 차량 운영 시스템, 실시간 관제, 데이터 축적, 호출 플랫폼, 충전 인프라, 보험과 사고 처리 체계가 한꺼번에 맞물려야 한다. 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곧바로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고, 반대로 소프트웨어 기술만 앞선 기업이 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국내 자율주행 업계도 같은 지점을 짚는다. 자율주행기업 SWM 개발팀 관계자는 “로보택시는 차량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 운영과 플랫폼 서비스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분야”라며 “각국 규제와 안전 기준이 실제 서비스 확산 속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상용화를 가르는 핵심은 기술 시연보다 제도 설계에 있다. 공공도로에서 무인 차량 운행을 허용할 것인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 보험은 어떤 구조로 작동할 것인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안전성 검증과 인허가 절차가 늦어지면 기술이 준비돼도 서비스 확대는 어렵다. 반대로 규제 문턱이 낮더라도 사고가 반복되면 시장 신뢰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로보택시는 미래 산업이지만 동시에 안전 산업이다. 성급한 상용화보다 중요한 건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되느냐다. 결국 전기차 다음 경쟁의 승부도 기술 과시가 아니라 서비스 운영력과 제도 대응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하성우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