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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화물차 안전운임제가 뭐길래?⓶] 해외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11-27 11: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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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놓고 화물연대와 정부가 대립하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없는지 기획취재를 통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⓵3년 일몰제, 예견된 화물연대 총파업

⓶해외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⓷극과 극의 평가…누구 말이 맞나


미국은 최저운임을 지정하고 있지 않지만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화물차 운송의 일일 운행시간 제한 및 휴게시간 보장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트럭 트레일러. (사진 아마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도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선 가운데 경제계에서는 안전운임제가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라고 주장한다. 경제계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해 안전운임제가 해외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는 전면적인 자율운임제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웃인 일본은 비슷한 성격의 표준운임제를 운용하고 있으나 위반 시 처벌 조항이 없고 실제 표준운임이 적용된 사례도 없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는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더 강력한 법안의 사례가 있다.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법으로 철저히 규제해 교통안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들도 여럿 있다.

 

우리나라의 안전운임제와 가장 유사한 제도는 지난 2016년 폐지된 호주연방의 ‘최저운임제도’다. 2012년 7월에 입법된 호주의 도로안전운임법(Road Safety Remuneration Act)은 특수고용 화물자운전자와 정규직 화물차노동자의 최저의 운임 및 보수와 노동조건에 대한 기준을 규정했다.

 

국가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호주의 도로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운전자와 소유자 사이의 분쟁으로 입법 4년만에 폐지됐지만 주 단위의 법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드니가 속해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는 노사관계법(Industrial Relations Act) 제6장에서 안전운임제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법안 316조는 대형 화물차운전자에 대한 임금과 조건의 최소 표준을 지정하는 ‘계약 결정(contract determinations)’을 발행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캐나다도 주 단위의 최저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컨테이너트럭법(Container Trucking Act)을 통해 밴쿠버 항만의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최저운임제를 규정하고 있다. 법안 제28장 2조 22항에 따르면 시의회 부지사는 컨테이너트럭 운전자가 지급받는 초기 최소 운임과 유류 할증료를 설정한다.

 

또 컨테이너트럭법에 따라 2014년 컬럼비아주 컨테이너운송감독청(Office of the British Columbia Container Trucking Commissioner, 이하 OBCCTC)이 설립됐다. OBCCTC는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 면허를 발급하고 법 준수 여부를 조사 및 감사하는 역할을 한다.

 

브라질은 국가 단위의 화물 운송 최저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브라질 국토교통부(ANTT)의 규정에 따라 운송 운영 비용을 반영한 최저 운임을 지불하도록 강제한다. 브라질의 화물운송 최저운임법은 2018년 7월 20일부터 시행돼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과 EU는 최저운임을 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화물차 운송의 일일 운행시간 제한 및 휴게시간 보장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미국은 1999년 운송업체 안전개선법(Motor Carrier Safety Improvement Act)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교통부(DOT) 내에 연방차량안전청(FMCSA)를 설치하고, 화물차 운전자가 하루에 운전할 수 있는 시간과 주당 총 근무 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FMCSA가 규정하고 있는 미국 화물운송기사의 최대 운행시간은 하루 11시간으로, 이후 최소 10시간 이상 숙면 등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규정 위반을 요구하는 운송업체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법으로 운전자의 근무시간과 휴식 시간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있다. 규정 No 561/2006의 제2장 6조에 따르면 하루 운전 시간은 9시간을 넘을 수 없으며 주간 운전 시간은 56시간을 넘을 수 없다. 또한 4시간30분의 운전 후에는 45분 이상의 휴식을 취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안전운임제가 해외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화물차운전자의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있는 해외 사례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브라질 등이 있다. 하지만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국가 전체 차원의 법안이 아니며 주별 법안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미국와 유럽연합에는 최저운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더 강력한 법안의 사례가 있다.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법으로 철저히 규제해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사례들을 볼 때 “안전운임제는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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