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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위에 ‘카카오’
  • 이명철 기자
  • 등록 2021-03-23 08: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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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점적 지배시장 사업자의 횡포를 우려한다


택시운송업의 주도권이 이제 모빌리티업계로 넘어간 것 같다. 이는 카카오T로 대표되는 호출앱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했기에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들이 무료 사용하는 카카오T 일반택시를 대상으로 ‘프로 멤버십’이라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았다. 또 마카롱택시, 우버, 타다 등 다른 가맹택시 사업자에게는 ‘카카오가 아닌 다른 가맹택시가 자사의 가맹 호출과 더불어 카카오T의 일반택시호출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카카오에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업무제휴를 제안했다. 

 

이 모두가 택시호출 앱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굳건히 하고,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같은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흑자 전환을 예고했는데 그동안 카카오T의 유료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조치들은 철저한 계산 아래 이뤄진 스케줄로 보인다. 

 

2015년 카카오택시로 출발한 카카오T는 그동안 무료 호출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1위 택시호출 중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 택시기사의 85%인 23만 명이 가입돼 있으며, 일반인(승객) 앱 가입자도 28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압도적인 1위다.

 

카카오T 없인 영업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 택시업계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카카오의 유료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내놓은 멤버십에도 택시업계의 반발이 심했지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영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택시기사들이 몰리며 사흘 만에 선착순 2만 명 모집이 마감됐다고 한다.

 

무료인 카카오T 일반택시를 유료화한 것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에서 똑같이 써먹은 방법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대리를 출시하면서 20% 수수료 외 별도비용을 받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배차 시 우선권을 주는 프로단독배정권을 내놔 대리운전기사들의 원망을 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MaaS’(Mobility as a Service) 플랫폼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MaaS의 핵심은 모든 이동수단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다. 네비게이션, 택시와 대리운전에 이어 최근 렌터카 중개사업에도 진출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이 모든 것이 기업공개(상장)를 준비하면서 몸값을 부풀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가 꼭 밝은 것만은 아니다. 카카오가 독점적 지배시장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해 시장을 교란하거나 훼손한다면 택시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심한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한 기업이 어느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경우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폐해는 매우 심하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축소돼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관련업계의 피해도 크다. 지금도 택시업계는 물론, 카카오와 경쟁을 벌이는 중소 스타트업 기업들의 노력이 사실상 원천봉쇄 되고 있다.

 

뒤늦게 이런 부작용을 알고 지자체에서도 택시 공공앱 출시를 서두르고 있으나,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가 워낙 견고해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2015년 최초 카카오 택시 서비스 런칭 당시, 택시업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카카오 택시 운영을 통해 발생할 이익에 대해 일정 부분을 공유하고, 나아가 대승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적극 이행키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와 협력관계 속에서 고도성장을 이룬 카카오는 독점적 지배시장 구축 이후 콜 몰아주기, 고율의 가맹수수료 부과, 선별 가입 등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택시가 갖고 있는 공공재로서의 특성마저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이윤만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카카오모빌리타가 최초 서비스 런칭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고 택시산업 구성원과 동반성장을 통해 이용승객의 편의를 보장하는 여객운송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국내 택시산업 발전에 기여해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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