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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 우리는 ‘내비의 노예’가 됐나
  • 박래호 기자
  • 등록 2020-12-10 15: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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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분 거리를 10분 만에 갔다는 택시기사 무용담 그리워지기도

자동차 내비게이션(교통일보 자료사진)

요즈음 자동차의 대부분은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달고 있다. 스마트폰에도 이러한 기능이 있어서 이제 복잡한 길이나 초행길도 어렵지 않게 찾아간다. 

 

내비의 장점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신해 최단거리 주행거리를 안내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내비의 안내에 따라 운전을 하다 보면 가끔 엉뚱한 일이 발생하곤 한다. 

 

필자도 내비 안내에 따라 운전을 하던 중 한남대교를 건너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차가 막혀 빠른 길로 안내해주나보다” 생각했었는데, 그때의 황당한 일이란.

 

자가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괜찮다. 손님을 태우고 운전하는 택시기사들은 내비 때문에 손님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일이 많다. 손님을 태우고 내비가 안내하는 데로 운전했는데 “돌아가는 통에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부당요금징수 신고를 당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시 120 민원 신고에 접수된 부당요금징수의 대부분은 카카오T 등 택시 중개 플랫폼 콜 승객과의 자동연결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른 운행 시비다.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플랫폼 업체의 내비에 의존한다. 내비 안내에 따라 최적의 목적지 예측대로 운행했는데 이를 부당요금으로 몰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택시기사들은 이런 상황이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먼저 운행 경로에 대해 승객에게 물어보는 것이 승객에 대한 예의이자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택시기사가 “어느 길로 가기를 원하세요?”라고 물으면 승객들은 대부분 “기사님이 가고 싶은 길로 가세요”라고 말한다. 그럼 기사들은 대부분 내비대로 갈 것이다. 

 

그런데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고는 하지만 내비를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운전자들 중에는 내비의 길 안내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교통 상황과 경로를 계산해 A에서 B로 가는 데 30분이 걸린다고 하자. 그러나 모든 운전자가 30분 안에 그 곳에 갈 수는 없다. 계산이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운전이 미숙하거나 성격이 느긋한 운전사는 40분이 걸릴 수도 있고, 또 가는 길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아마 내비의 계산에는 이런 여러 가지 고려사항은 들어 있지 않을 것이다. 운전을 하던 중 내비가 틀렸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내비에게 욕을 할 수도 없다. 사람이라면 몇 번씩 시비가 붙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때는 내비에게 조롱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것인가? 내비를 믿을 수밖에 없으며 거부할 수도 없다. 자주 업데이트해두지 않으면 잘못된 이전 정보 때문에 불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 먼저 나의 게으름을 탓할 일이다.

 

내비게이션은 현재로서는 과학·기술 진보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가 되면 내비게이션은 더욱 발전되고 더 큰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자동차에 내비를 달게되면서 우리는 운전조차 스스로 판단하고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돼 버렸다. 그래서 나중에 우리가 기계에만 의존한 채 아무것도 못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지름길을 아는 기사를 만나 30분 거리를 10분 만에 갔다는 무용담(?)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이유다. 

 

■내비게이션(navigation): 목적지에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항법장치. 항공기, 선박 등에 사용되며 자동차 편의장치에 도입되면서 일상생활에도 널리 쓰이는 기술이 됐다. 

 

미국이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즉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을 개방한 2000년 이후부터 세계적으로 민간업체에 의해 GPS 내비게이션 제품이 대거 출시됐다. 

 

최근 내비게이션은 DMB 방송 수신은 물론 동영상 및 MP3 재생 등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발전하고 있으며 DMB 방송망을 이용하여 교통정보를 수신해서 최단거리 주행거리를 안내할 수 있다. 전자지도를 탑재한 휴대전화기 역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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