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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택시운송업…‘각자도생’의 고민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9-03-24 13: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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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플랫폼 지배력 갈수록 커져…앞으론 가맹점간 경쟁?
  • 타고·타다·마카롱 이어 곧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도 선보여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웨이고 블루 서비스 출시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왼쪽은 오광원 타고솔루션즈 대표, 오른쪽은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IT 플랫폼 기업이 택시시장에 갖는 지배력이 커지면서 택시운송업이 기로에 서있다. 정작 택시를 한 대도 보유하지 않은 IT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우는 배회영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플랫폼 기업의 앱 호출에 의해 영업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이미, 택시운송업은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한 타고솔루션즈는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 피어59스튜디오에서 간담회를 열고 웨이고 블루’(Waygo Blue)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설립된 타고솔루션즈는 택시와 카카오 카풀이 극렬하게 대립하는 와중에서도 이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사실상 택시환경 변화에 대비해 살아날 길을 모색해온 것이다. 그래서 택시업계 일각에서는 타고솔루션즈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있기도 하다.


타고솔루션즈는 50여개 택시회사 4500여대의 택시가 참여해 올해 2월 서울시로부터 택시운송가맹사업 면허를 인가 받았다. 또 국토교통부로부터 광역 가맹사업 면허를 추가로 받아 서울시에 이어 성남시에서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택시운송가맹사업자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임 외 부가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 타고솔루션즈와 카카오모빌리티에 힘을 실어줬다. 김 장관은 승차거부 없는 웨이고 블루가 택시업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택시와 플랫폼 간 결합으로 새롭고 다양한 교통서비스가 실현되도록 과감하게 규제를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IT 플랫폼 기업이 택시시장에 갖는 지배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웨이고 블루는 카카오 T’ 앱에서 이용 가능하다. 택시 호출 시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는 자동 배차 서비스로 승차거부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호출료 3000원을 추가로 받아 택시 기본요금 3800원에 호출료 3000원을 더해 사실상 기본요금이 6800원이 되는 셈이다. 배차 완료 1분 이후 호출 취소 시에는 2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타고솔루션즈는 서울 지역에서 웨이고 블루 100대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연내 4000대 규모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웨이고 블루 기사들에게는 사납금제를 없애고 완전월급제를 시행한다. 월급은 주 52시간 근무 기준 약 260만원 수준으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하지만 웨이고 블루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승차거부가 없다는 점은 아직 택시 수가 100대 밖에 되지 않아 현재론 큰 의미가 없다. 3000원을 더 낼 만큼 일반택시 서비스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기에도 이르다.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웃돈을 지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타고솔루션즈는 웨이고 블루에 이어 여성전용 예약 택시 웨이고 레이디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여성 운전기사가 운행하며 여성 승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생 이하 남자아이에 한해 동승 탑승도 가능하다.


그런데 웨이고 블루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합의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하나인가? 이에 대해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의 IT 플랫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확실한 개념이나 정의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가 등장하거나 타고솔루션즈에 이어 제 2, 3의 택시운송가맹사업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택시는 앞으로 다양한 IT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업한 가맹점 간의 경쟁이 될 공산이 크다. 개인택시도 각 지역 사업조합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설립해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타고솔루션즈의 예가 아니더라도 이미 택시산업의 지형은 흔들리고 있다. 렌터카 기반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의 자회사 VCNC는 택시업계와 손잡고 다음달 준고급 택시서비스인 타다 프리미엄을 선보일 계획이다. VCNC는 그동안 타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택시시장에서 고급 프리미엄 서비스가 충분히 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에 반대해온 택시업계가 타다 프리미엄에 얼마나 참여할지는 의문이지만, VCNC는 파트너 법인과 개인택시를 모집해 기존 택시업계와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에 서울에서 100대로 시작해 올해 안에 전국에서 1000 대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 한국형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인 KST모빌리티는 마카롱(My car on)택시라는 브랜드 택시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카롱택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전문 드라이버, 예약 중심 호출 앱을 기반으로 택시업계의 관행인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를 도입했다. KST모빌리티는 마카롱택시 출범을 위해 보유대수 50여대의 택시회사를 인수했으며 마카롱 브랜드 택시 대수를 올해 말까지 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택시운송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수많은 혁신형 택시가 나와도 택시의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택시사업자는 추가요금을 받는 일부 택시에 한해 승차 거부 현상이 해결될 가능성은 존재하나 택시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러 혁신형 서비스 택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부담만 커지고 이동권 보장과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택시는 소비자의 철저한 외면으로 그야말로 폭망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타다같은 또 다른 택시영업형태가 등장하고, ‘카풀도 활성화되면서 국내 택시시장은 사실상 전면개방과 다를 바 없게 될 수 있다.


정부는 택시운송시장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현미 장관이 웨이고 블루 출시 간담회에 참석해 힘을 실어준 이유도 택시업계의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택시산업이 선순환 구조로 변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택시업자와 기사들의 고민은 깊어져 가고 있다. 기존처럼 길거리에서 손님을 태우는 배회영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아직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타고솔루션즈 같은 택시운송가맹사업체에 서둘러 가입해야하나? 좀 더 기다리다가 앞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에 참여해야 하나?


이래저래 택시운송업의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하고, 택시업자와 기사들은 당분간 눈치보기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택시면허권 보호아래 형성된 단합의 시대가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져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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