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특례시가 교통약자 전용 임차택시를 13대에서 3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정기 통원에 의존하는 중증장애인과 고령자의 이동권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교통약자 전용 택시승강장을 설치하고 특별교통수단·바우처택시를 확대하는 파주시의 행보와 교통복지 우선순위가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특례시 교통약자 전용 임차택시 차량들. [사진=고양도시관리공사·연합뉴스] 고양특례시에 거주하는 많은 중증장애인들은 병원과 재활시설을 오갈 때 장애인 콜택시와 교통약자 전용 택시에 의존한다.
영업용 택시를 타면 1만 원이 넘는 거리를 이들 전용 택시는 기본요금 1,600원 안팎으로 이동할 수 있어, 주 2~3회 통원하는 이들에게는 사실상 필수 교통수단에 가깝다.
최근 지역 장애인 단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고양특례시의 장애인 택시가 크게 줄어 내년에는 극소수만 남는다는 글이 이어지면서, “장콜 서비스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번졌다.
본지는 논란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양특례시 주차교통과에 직접 문의했다. 고양특례시 주차교통과 관계자는 “현재 장애인 콜택시는 79대를 운행 중이며 내년에도 동일하게 유지할 계획”이라며 “감축 논의 대상은 장애인 콜택시가 아니라 교통약자 전용 임차택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택시는 예산이 부족해 줄일 예정이지만, 향후 예산을 확보하면 다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증차 시기와 방식은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고양특례시가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상 특별교통수단이다. 휠체어 승강기를 장착한 전용 차량으로, 중증장애인이 휠체어에 탄 채로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통해 사전 등록과 예약·배차를 거쳐 이용한다.
반면 임차택시는 개인택시 등 일반 영업용 택시를 시가 예산으로 빌려 교통약자 전용 호출 서비스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는 중증장애인과 고령자, 투석·재활 등 정기 통원 환자가 주로 이용한다. 두 수단 모두 시민이 통칭하는 ‘장애인 택시’에 속하지만 대상과 차량 구조, 운행 방식이 다른 셈이다.
고양도시관리공사는 현재 특별교통수단 79대와 교통약자 전용 임차택시 13대를 운영한다. 내년도 경기도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시는 임차택시를 3대만 남기는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예산안에 반영했고, 이 계획은 지난 11월 20일 고양특례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고덕희 고양특례시의원(국민의힘·고봉동·풍산동·식사동)은 “임차택시는 장애인과 의료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필수 교통복지 서비스”라며 “13대를 운영할 때도 대기시간이 길었는데 3대로 감축하면 이동권 침해와 민원 폭증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경기도 보조금 감액을 이유로 감축부터 추진한 것은 “재정 논리만 앞세운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고양도시관리공사는 전면 재검토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보완책을 내놓았다. 공사는 광역서비스로 운행하던 특장차 일부를 관내 운행으로 전환해 부족분을 메우고, 내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자체 예산을 확보해 임차택시 증차를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동시에 수요 모니터링과 민원 대응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몇 대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와 감축 기간 동안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교통약자 전용 임차택시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다. 투석·항암·재활 등 정기 통원 환자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이동해야 하고, 야간이나 새벽에는 저상버스와 일반 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휠체어를 쓰지 않는 중증장애인과 고령자도 택시 승·하차를 도와주는 기사가 있는 이동지원 차량을 선호한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특별교통수단 79대를 유지한다는 사실만으로 임차택시 13대 가운데 10대를 줄이는 계획이 남기는 공백을 설명하기 어렵다.
고양특례시는 저상버스와 공공형 버스 ‘고양누리버스’를 확대하고, 장애인 콜택시 79대를 유지하는 정책을 강조해왔다. 시는 도시 전체 교통 편의를 높이고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선이 닿지 않는 지역과 심야 시간대, 버스 승·하차 자체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상황까지 감안하면, 임차택시 공급 축소가 실제 서비스 수준을 얼마나 떨어뜨릴지에 대한 정량적 설명은 아직 부족하다. 예산 사정이라는 한 문장만으로 통원 치료와 일상 이동이 받게 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바로 옆 도시인 파주시는 다른 방향을 택하고 있다. 파주시는 11월 GTX-A 운정중앙역 상층부 택시승강장에 교통약자 전용 승강장을 설치했다.
중증 보행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가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환승할 수 있도록 장애인 전용 승하차 구역과 안내 표지판, 대기 구역 표시, 점자블록 등을 갖춘 것이다. 파주시와 경기도 이동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는 현장에서 휠체어 승·하차 동선을 직접 점검하며 설치 기준 적합성을 확인했다.
파주시는 현재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41대와 바우처택시 65대를 운행하고 있으며, 매년 교통약자 전용 승강장을 2곳씩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바우처택시는 민간택시를 활용해 교통약자에게 할인된 요금으로 제공하는 택시형 이동지원 수단으로, 고양특례시의 교통약자 전용 임차택시와 기능 면에서 유사한 역할을 한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복지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개발사업과 도로 확충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는 두 도시가 비슷하지만, GTX 역세권 한복판에 교통약자 전용 승강장을 배치하고 차량 공급을 늘리는 파주시의 행보는 교통약자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드러낸다.
두 도시는 모두 교통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장애인 택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고양특례시는 특별교통수단 79대를 유지하는 대신 교통약자 전용 임차택시를 예산 조정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파주시는 전용 승강장 설치와 특별교통수단·바우처택시 공급 확대를 통해 택시형 교통약자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을 택한다.
장애인 택시를 단순한 예산 항목으로 볼지, 도시 교통체계의 기준으로 삼을지는 각 지자체의 선택이다. 고양특례시와 파주시는 차량 대수와 예산 총액뿐 아니라 교통약자 1인당 서비스 수준, 평균 대기시간, 접근 가능한 거점 수 같은 지표를 시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교통약자 이동권을 어디까지 책임지겠다는지 정책 설계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승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