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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규제 누가 피해자인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2-02-13 17: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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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율요금 단계적 도입 필요…야간 할증요금부터 개선을!

야간에 택시를 잡기 위해 차도까지 나와있는 시민들 모습. (교통일보 자료사진)

지하철과 버스 환승체계의 발달로 택시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야간의 특정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는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야간시간에 택시 대란이 일어나는 원인은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할 택시가 부족해서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개인택시 4만9161대, 법인택시 2만2603대 등 총 7만대가 넘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택시가 많은 도시다.

 

정부 정책으로 감차까지 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타야 할 택시가 모자란 원인은 너무 저렴한 택시요금 구조 때문에 강도 높은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많은 택시기사들이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기사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만2320명에서 지난해말 7만5403명으로 26.3%(2만6917명) 감소했다. 서울의 경우 3만527명에서 2만888명으로 31.6%(9639명) 줄어 전국 평균 감소 폭보다 컸다. 서울의 법인택시 가동률은 33%로 역대 최저다.

 

개인택시기사들도 노동강도에 비해 보상(수익금)이 너무 낮아 열심히 일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취객 등으로 일이 더욱 힘든 야간에는 운행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택시 수요·공급의 균형점을 맞추는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결국 야간시간 택시 승차난을 초래하고 이용시민이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택시요금은 현행 법상 택시업계가 2년마다 시·도지사에게 신고해 수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단 한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정부가 물가 인상에 주는 영향을 감안해 택시요금 인상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정부가 택시요금을 규제하기보다는 택시노동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동기 부여를 위해 자율요금의 단계적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자율요금의 단계적 도입으로 택시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춰 나가면 택시기사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40여년전 야간 통행금지 해제와 함께 행정편의주의로 만들어진 야간 할증시간과 할증요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야간 택시요금 할증시간은 밤 12시(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인데 왜 이렇게 정해진 것인지 합리적인 근거와 기준은 찾아보기 어렵다.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8일 국가안보차원에서 서울과 인천을 시작으로 야간통행금지가 약 37년간 실시된 적이 있었다. 이 조치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서슬 시퍼렇던 5공 시절인 1982년 1월6일 0시를 기해 전면 해제됐는데 야간통행금지시간이 해제되면서 그 시간이 택시요금 할증시간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택시요금은 전국 단일제 요금으로 교통부(후에 건설부와 통합돼 현재의 국토교통부)가 정했다. 교통부는 ‘통금 해제에 따른 교통대책’을 발표하면서 택시요금 할증시간을 통행금지시간에 맞춰 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단한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 당시에는 택시가 어떻게 운행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즉, 데이터가 없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40년이 다 된 지금까지 그대로인 것은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

 

지금은 택시정보시스템에 의해 주행거리, 영업거리, 차량의 위치는 물론 승하차 횟수, 결제금액, 결제수단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현재의 할증시간이나 요금이 합리적으로 책정됐는지 그렇지 않은지, 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야간에 택시잡기가 힘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할증시간과 할증요금을 효율성 살리는 방향으로 조정한다면 공급수요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방대한 데이터가 확보된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택시업계는 현행 오전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운영되는 야간 할증시간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에 맞게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식당, 카페 등이 오후 9시까지 영업하기 때문에 오전 0시가 되면 이용자가 드물어 현재의 할증시간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현재의 야간 할증시간과 요금이 올바르게 작동되고 있는지 철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며, 개선할 수 있다면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 이는 곧 시민의 택시 이용 편의 증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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