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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노.사 관계 이젠 달라져야 한다"
  • 이병문
  • 등록 2005-10-21 21: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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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권오만 전 한국노총 사무총장(전 택시노련 위원장)과 택시노련 고위 간부들의 근로복지기금 투자대가 리베이트 사건 이후 택시 노.사간 비리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전국택시연합회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강승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전 민주택시노련 위원장)이 구속 기소되고, 민주택시노련과 전국택시노련 위원장이 수사를 받았다.

또 전국택시노련 대구본부장 김 모씨가 구속되고 대구 택시사업자와 노조 지부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에서도 노조 기금 수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민택노련 광주지부 간부가 조사를 받고 있다.

▶투명성 추세 역행하기 힘들어

사실 택시 노.사간에 은밀하고 밀착된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택시 노.사간 비리가 잇달아 터져나온 이유는 노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노.사관계가 더 이상 사회의 민주화와 투명성 추세를 역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택시노조 비리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용자와의 담합 구조로 인한 비리다. 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강 씨는 "사측의 각종 시책에 대해 노조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 노조 간부가 사업주와 결탁해 노조원을 위한 노조가 아니라 사업주를 위한 노조로 전락돼 버린 것이다.

특히 노조 간부들이 노조 조합비 이외의 기금에 손을 많이 댄 것은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노조가 관료화됐고 노조 간부가 직업이 됐기 때문이다.

택시복지기금이나 부가가치세 경감분은 노조원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인데 노조 집행부가 나눠 쓰는 등 잘못 운용됐다. 그 이면에는 돈을 제공하는 사업주와 노조 집행부의 결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료화된 노조 집행부의 재정 투명성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없어 사전에 비리를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검찰조사 결과 강 씨의 경우 사측에 전화를 걸어 돈을 먼저 요구했다고 하는데 이는 노조의 권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노조 간부 개인의 도덕적 해이도 비리의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런 배경에는 노조 간부 개인에게 금품을 제공해 이익을 보려는 사측의 이기심도 숨어 있다.

▶비리 노조간부 아예 퇴출시켜야

다른 조직에 비해 노조는 도덕성이 생명이다. 택시노조의 비리사건은 노조의 생명인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린 행위로, 택시노동운동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조 재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노조 간부의 재산공개, 외부 회계 감사 실시, 윤리강령 제정, 감찰기구 신설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노조의 도덕성 회복운동과 함께 비리관련 노조간부는 아예 노동진영에 자리잡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권 씨나 강 씨 모두 옛날에 비리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아울러 돈이 많이 드는 노조집행부 선거제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면 노조 간부가 그렇게 쉽게 비리 유혹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정정당당한 정책대결을

택시노조의 지도부들은 특히 앞으로 사측과 뒷거래나 결탁을 꿈도 꿔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이번 비리사건을 계기로 노조재정이 투명해지고, 사측과도 건전하고 떳떳한 관계 정립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노조는 물론 사측도 이제 노.사관계가 더 이상 사회의 민주화와 투명성 추세를 역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택시노조의 비리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노조가 왜 그렇게 사업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온 것이 많았나" 다시 한번 의심을 품게 됐다. 사측이 현실적으로 들어줄 수 없는 사안을 거의 억지로 주장하고 요구해온 것은, 사측으로부터 다른 무엇을 기대하고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생각되는 것이다.

사측도 노.사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조와 뒷거래를 한다거나 노조 간부를 매수하기 보다는, 정정당당히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정책 개발로 노조를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택시의 노.사관계는 이젠 정말 달라져야 한다. 날로 침체되어 가고 있는 택시업계는 이번 노조의 비리 사건을 독(毒)보다는 약(藥)이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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