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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새벽 자신의 화물차가 방화로 모두 탄 A(50)씨는 현재 마음속까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20개월 전 25t 트럭을 60개월 할부로 1억4000만원에 구입한 A씨는 매달 245만원씩 앞으로 40개월은 더 갚아야 한다.
자차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추가 보험료가 월100만원이지만 화물차 운행 수입으론 너무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차량은 이를 전액 보상해주는 데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방화사건의 범인이 화물연대라는 확증이 없다. 범인 검거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경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방화사건 후 현재까지 아무런 수입이 없는 A씨는 “이제 신용불량자 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A씨는 중학교 다니는 딸과 초등생인 아들과 딸 등 3자녀를 키우고 있다.
부산, 울산, 경주 등에서 화물차 연쇄방화로 전소된 차량은 모두 27대다. 이들 모두의 사정이 A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재 경찰의 수사는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경찰은 방화범을 찾기 위해 지난 달 28일부터 공개수배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제보는 1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용의차량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방화 당시 경부고속도로 경주IC CC(폐쇄회로)TV에서 찍힌 차량 가운데 용의차량을 지목하고 경찰력을 총동원해 재개발지역과 농어촌 이면도로를 샅샅이 뒤졌으나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CCTV에 찍힌 용의자 두명의 영상도 흐릿해 수사와 시민 제보에 큰 도움이 못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방화 현장에서 확보한 장갑 등 증거품에 대한 감식 결과도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 안팎에서는 화물연대 업무 복귀로 수사가 미궁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철회와 상관없이 방화 용의자를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증거품에 대한 감식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만큼 사건이 미궁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화물차 방화사건은 패해자와 가족들의 생계를 끊는 테러와 다름없다”며 “범인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