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객이 놓고 내린 물건 금전요구하면 불법이라지만…
택시에 놓고 내린 물건을 찾는 과정에서 택시기사가 물건을 돌려주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승객에게 대가를 바라고 물건을 돌려주는 일이 잘못됐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영업을 못하고 시간을 할애한 기회비용 때문에라도 승객에게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18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택시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접수된 총 3만7166건 중 택시기사가 습득 신고를 한 건수는 2559건이며, 이 중 소유자가 물건을 돌려받은 경우는 1282건에 불과하다.
지난 6월에는 서울시에서 영업을 한 택시기사 43명이 술에 취해 잠든 승객의 휴대전화를 훔쳐 팔았다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승객의 물건을 돌려주지 않고 팔아넘기는 행위는 물론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는 대가로 승객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유실물법 1조 1항은 '타인이 유실한 물건을 습득한 자는 이를 신속하게 유실자 또는 소유자, 그 밖에 물건회복의 청구권을 가진 자에게 반환하거나 경찰서에 제출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택시기사가 승객이 잃어버린 물건을 돌려주는 일은 당연한 것이며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 경찰서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법 4조에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 조항은 어디까지나 경찰서에 유실물을 제출했을 때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찰에 유실물을 제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불법으로 간주되며 경우에 따라 형법상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승객에게 대가를 바라고 물건을 돌려주는 일이 잘못됐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영업을 못하고 시간을 할애한 기회비용 때문에라도 승객에게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택시조합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은 승객들의 물건을 찾아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물건을 찾아줄 때 발생하는 운임비는 어쩔 수 없이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승객에게 도로 물건을 갖다 줄 때 발생할 수 있는 운임비나 그 시간 내 영업을 못해 발생하는 금전적 피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기사 이 모씨(58)는 "승객에게 물건을 찾아줘도 승객들의 고마움은 그때뿐이며, 기름 값 들어가면서 힘들게 찾아준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승객에게 물건을 찾아주고 받는 금액의 기준이 법이나 규정으로 정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는 택시기사들의 금전요구 행위는 범법행위라는 의견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택시에 물건을 두고 내린 승객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택시기사가 본인의 물건도 아니면서 승객의 잃어버린 물건을 가지고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가 승객의 물건을 찾아줬다는 이유로 현찰을 요구한다면 고소를 해도 되며, 이 경우 택시기사가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