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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좁은 도로에 관광버스가 어떻게 들어오겠어요?"
  • 이호돌 기자
  • 등록 2011-08-09 09: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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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전세버스 주차요금 인하 대책은 '탁상행정'
서울시가 최근 관광지 주변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전세버스 전용주차장 5곳의 주차요금을 대폭 내렸지만 평소 이용률이 저조한 곳을 선정해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주차장은 현재 진·출입로가 협소해 전세버스 운전자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 전세버스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시간제 주차허용구간 23개소(430면)와 노상·노외 주차장 22개소(367면) 등 총 45개소(797면)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개정을 통해 적선동·신문로·미근동 노외 주차장과 남산한옥마을·남대문초입 등 총 5곳(48면)의 시영 전세버스전용 주차장의 요금을 시간당 1만2600원에서 3000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인근 주차장에 비해 높게 책정된 주차 요금 때문에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하는 전세버스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에 요금 인하가 결정된 곳들은 대부분 평소에 전세버스 운전자들이 이용을 꺼려하는 주차장들이다. 주차장에 진입하려면 이면도로나 왕복2차선의 좁은 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근동 주차장의 경우, 바로 앞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주차장 운영에 대해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30여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변변한 주차장 하나 없는데 관광버스 주차장이 말이 되냐"며 "바로 옆에 초등학교까지 있어 아이들 통학에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에서 한번이라도 현장을 나와보면 이런 곳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중앙청사 뒤 편에 위치한 적선동 노외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총 30면의 전세버스를 주정차 할 수 있지만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다. 경복궁에서 멀지 않지만 이곳 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좁은 새문안로길로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주차장 관계자는 "대형버스의 경우 회전 반경이 크기 때문에 한번에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는 게 불가능하다"며 "주차요금이 저렴하다고 해도 이동성과 접근성을 중시하는 관광버스 운전 기사들이 쉽게 이용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4대문 안에 전세버스 전용 주차장을 조성할 땅이 없을까 항상 고민하지만 그런 땅이 잘 나오질 않는다"며 "평당 1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도 들기 때문에 도심에 전세버스 전용 주차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청과 협의해 관광지 주변 시간제 주차 허용구간을 확대하고 전세버스 주차 정보공간 가이드북을 배포하는 등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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