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시 통상 대물 손해배상은 물건의 시가를 넘지 않지만, 애완견은 반려동물 특수성으로 시가를 초과하는 치료비까지 배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단독 신신호 판사는 이 모(31.여)씨가 차에 치인 애완견 치료비 등을 지급하라며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삼성화재는 이씨에게 18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사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물적손해 배상이 교환가치(시가)를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애완견은 물건과는 달리 소유자가 정신적 유대와 애정을 나누고 생명을 가진 동물이라는 점 등에 비춰 치료비가 교환가치보다 높게 지출됐더라도 배상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비춰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인사고가 아닌 물적 손해에는 위자료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애완견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졌을 때 소유자에게 재산 피해 외에 정신적 고통이 있음은 사고를 낸 당사자도 알 수 있다"며 위자료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 당시 이씨가 강아지 목에 줄을 걸지 않은 과실이 있음을 인정해 책임비율을 50%만 인정, 삼성화재에 전체 치료비 322만원 가운데 절반인 161만원과 위자료 2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공터 주차장에서 9년째 키우던 시추 강아지를 데리고 길을 가던 중 렉스턴 승용차를 몰던 안 모씨가 애완견을 미처 보지 못하고 치어 오른 다리를 부러뜨리는 사고를 냈다.
안씨가 가입한 삼성화재가 이씨에게 시추 분양가에 해당하는 30만~40만원 선의 배상액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하자 화가 난 이씨는 치료비와 위자료 등 1000여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반려동물에게 가족과 같은 생명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