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의원, 여성에게 성추행…택시기사에게 돈 뜯겨
최근 여의도 국회에서는 '택시 괴담(怪談)'이 떠돌고 있다. 지난 5월 초 한 국회의원이 택시 안에서 함께 탄 여성을 성추행했는데 나중에 택시기사에게 협박을 당하고 돈을 뜯겼다는 것.
이 국회의원은 국회출입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기자와 택시를 동승했다. 택시 안에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갔지만 술김에 의원은 여기자의 허벅지를 만졌으며 이에 놀란 여기자가 "무슨 짓이냐"고 항의했고 의원은 곧바로 사과했다.
여기자는 의원의 사과를 받고 더 이상 이 사건을 문제삼지 않기로 했으나 의원이 입막음해야 할 대상은 여기자가 아니었다. 운전하고 있던 택시기사가 둘의 신분과 당시 대화를 모두 엿듣고 있었기 때문.
택시기사는 의원회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입막음 조로 돈을 요구했다. 특히 택시 안에서 일어났던 일이 블랙박스(영상기록장치)에 고스란히 담겨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동영상을 받아 본 의원은 자신의 얼굴이 또렷하게 나오는 화면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지도 못한 협박에 당황한 의원은 영상이 공개될 경우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여겨 결국 택시기사에게 거액을 주고 사태를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났을 때 원인을 규명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차량용 영상기록장치는 사업용차량인 택시와 버스에 많이 설치됐을뿐 아니라 개인 차량에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향후 모든 자동차에 블랙박스가 장착될 경우 교통사고는 15~30%, 연간 사망자 수는 800~1600명, 교통사고 비용은 1조5000억~3조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블랙박스이지만 여의도 정가의 '택시 괴담'처럼 사생활 침해 논란도 빚고 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차량 외부뿐 아니라 내부까지 촬영 가능한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다. 인터넷에선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난동을 피우는 승객들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택시 내부 CCTV 설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승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촬영된 영상정보를 운영자가 임의로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제한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민간에 대해 강제할 수 없어 권고하는 수준이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9월30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 사생활 침해 사례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 택시 내부 녹음기능은 금지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