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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인택시도 이제 ' 빛좋은 개살구'"
  • 강석우
  • 등록 2011-01-22 2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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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택시기사 강 씨의 하소연 "천정부지 LPG값 정부가 잡아줘야"
 
회사택시 15년, 개인택시 15년 등 30년째 서울에서 택시기사를 해온 강 모씨(55)는 요즘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강 씨는 "커피 마시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껴서 일해도 수입이 늘지 않는다"며 "그나마 나는 젊은 편이라서 낫지만 나이든 분들은 정말 수입이 적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거의 60세다.

강 씨의 하루 일과는 세 차례로 나뉜다. 1차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정오다. 점심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오후 4시부터 9시까지가 2차 영업시간이다. 저녁은 기사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리고 다시 3차. 본격적인 밤 시간대 영업이다. 강 씨가 귀가하는 시간은 새벽 2시. 1, 2, 3차 영업을 합하면 하루 15시간가량 일한다.

강 씨는 "하루 수입이 대략 15만원 선이지만 가스비, 식대 등을 빼면 순수입은 7만원도 채 안 된다"며 "어떤 날은 5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2일 일하고 1일 쉬는 개인택시 기사들의 월 근무일은 20일이다. 산술적으로는 한 달 평균 순수입이 150만원 안팎인 셈이다.

근무시간은 길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경기악화로 주머니가 얄팍해진 고객들이 택시 이용을 기피한 데 따른 것이다. 강 씨는 "요즘은 2∼3시간 동안 돌아다녀도 한 명 태우기도 힘든 때가 많다"며 "가스값이라도 아끼려고 지하철역 인근 등지에서 마냥 기다린다"고 말했다.

강 씨는 "택시 수입이 줄어드는 근본 원인은 공급과다 때문"이라며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택시를 20% 정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를 감차하면 지자체가 지원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대로 보상만 해주면 그만둘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 씨는 또 지하철이 워낙 잘돼 있어서 택시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동서로 이동하는 장거리 이용자도 줄었다. 버스전용차로제가 계속 확대되고 버스의 심야운행시간이 늘어나면서 심야 손님도 예전 같지 않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증가한 것도 택시운전사들에게는 위협 요인이다.

손님이 적다 보니 카드 결제로 인한 수수료까지 부담이 될 정도다. 결제금액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카드 수수료는 대개 2.4% 수준이다. 150만원을 결제하면 3만6000원가량을 수수료로 낸다. 카드 사용이 손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면 좋겠지만 전체 손님이 줄어 수수료만 떠안게 된 셈이다. 그는 "카드 사용을 장려할 수 있도록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택시는 현실적으로 공공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급교통수단으로 분류돼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이 달려와 무엇을 해줄 듯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안면을 몰수해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들도 심야 도심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선에도 진입할 수 있게 해 운행 속도를 높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입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데 물가인상으로 지출해야 할 항목은 매년 늘어난다. 당장 LPG 가격이 치솟으면서 연료비가 급증했다. 강 씨는 "새해 들어 가스비가 갑자기 10% 정도 올랐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시동을 켜놓는 시간이 많은 데다 추워서 연비가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택시기사들의 수입증대와 처우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이래라저래라 규제는 많이 한다"고 푸념하면서 "LPG 가격을 정부가 반드시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택시치고 빚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개인택시도 이제는 '빛 좋은 개살구'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나마 회사택시 운전기사들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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