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운전해서 밥좀 먹게 해주세요"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5-09-14 05:34:03

기사수정
운전은 일제시대 초기 까지만 해도 대단한 기술이었다. 오죽하면 호칭이 '운전관'이었을까. 운전관은 쌀 스무 가마 정도의 월급을 받아 최상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택시 운전관은 고급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하얀 장갑을 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해방후 6.25전쟁을 겪은 후에도 한동안 운전은 잘 나가는 직업이었다. 자동차가 워낙 드물었던 때라 버스.택시.화물자동차 등 직업운전자들은 생활안정은 물론 어느정도 부(富)를 축적할 수도 있었다.

일제시대의 운전관은 운전사를 거쳐 요즘은 운전기사로 불린다. 옛날에 선망의 대상이었던 운전기사들은 그러나 지금은 하루 온종일 일해도 밥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심지어 "먹고 살기가 힘들다"며 분신 항의하는 일까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사회불만세력?

지난 10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한 호텔 앞에서 택시기사 46살 김 모씨가 라이터용 기름을 머리에 붓고 불을 붙여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씨는 다른 택시가 호텔 앞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다른 손님을 곧장 태우고 가자 손님을 뺏긴 것에 격분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호텔 종업원에게 "왜 내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택시가 새치기하도록 내버려두냐"고 항의한 뒤 몸에 불을 붙였다.

김 씨가 분신을 기도한 이유는 남들이 듣기엔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도 하나, 택시기사들의 절박하고 절망적인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오전에 분신자살을 시도한 컨테이너 운전기사 48살 김 모씨의 경우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김 씨는 부산시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입구에서 담요를 몸에 두르고 시너를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울컥한 택시기사 김 씨와는 달리 아예 처음부터 죽으려고 작정을 한 것이다. 김 씨는 온몸에 2∼3도의 중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태다.

김씨는 기름값 인상 등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세금체납액이 1천200여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김씨는 모두 40대로 자녀 학비 등 들어가야할 돈이 많을 때다. 그러나 운전으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계를 꾸려 나가기가 힘들었고, 평소 잠재돼있던 이런 불만과 불안이 '분신 시도'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업용 운전기사를 우대해야하는 이유

누구는 "밥먹고 살기 힘들면 그깟 운전 안하면 되지"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을 그렇게 간단히 때려치우기가 생각만큼 쉬운 것도 아니다. 또 너도나도 운전을 다 그만두면 택시는 어떻게 타고, 짐 옮길 때 화물차는 누가 운전하나.

자가용자동차가 증가하고 지하철 대중교통이 아무리 잘발달돼 있다하더라도 택시.버스를 안 탈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우리는 이미 얼마전에 '화물대란'을 겪으면서 화물차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히 확인했다.

직업운전자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은 결과적으로 교통사고 증가, 서비스 부실, 국가경제 타격 등 우리 모든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우리가 직업운전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들 운송산업을 육성해야 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밥먹고 살기가 힘든 직업운전자들에게 친절 서비스와 안전운행 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리인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고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어느 분야든 노력한만큼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일할 기분과 자세가 생기는 것이다.

직업운전자들은 소득도 적지만, 정말 부족한 것은 휴식이다. 택시.버스.화물차 기사들은 대개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한다. 일주일에 하루 쉬기도 하지만 열흘이나 보름만에 하루 쉬는 운전기사들도 많다.

운전기사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유는 당연히 생계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도 6일 일하고 7일째는 쉬었다. 최근에는 주5일 근무제로 가는 시대에, 직업운전자들의 근로조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야만적이다.

직업운전자들에 대한 대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생계유지가 가능하게끔 그들의 수입을 늘려주면 된다. 유류가를 대폭 낮추거나 면세유 공급방안, 사업용차량이나 운송업체에 대해 각종 세금을 낮추거나 면세해주는 방안, 사업용자동차에 대한 수급조절, 요금 현실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전기차부터 바이퓨얼 모델까지…KG모빌리티, 택시 3종 동시 출시 KG모빌리티(KGM)는 23일 택시 운전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택시 전용 모델 3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KGM이 택시 시장에 동시에 내놓은 중형급 3종은 '토레스 EVX 택시', '코란도 EV 택시', '더 뉴 토레스 바이퓨얼 LPG 택시'다.KGM은 "특정 브랜드 독과점으로 제한적이던 택시 차종의 라인업 확대와 함께 전기차부터 바이퓨...
  2. 급발진 재연 시험 분석 결과…"할머니는 액셀을 밟지 않았다"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사고 현장 도로에서 이뤄진 국내 첫 재연시험 기록을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정밀 분석 결과 '도현이의 할머니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과가 나왔다.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제조사 측 주장과 달리 '변속패턴'이 ...
  3. ‘번호판 인식방식’ 스마트톨링 시범사업, 하이패스 없이도 고속도로 통행료 무정차 납부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운영 효율화를 위해 ‘번호판 인식방식 스마트톨링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본선VMS 대왕판교요금소 전방 2km_부산방향현재 고속도로 통행료는 하이패스 또는 현장수납 방식으로 납부하고 있으나, 현장수납을 위한 가감속과 하이패스와 현장수납 차로 간 차선변경 등으로 교통정체가 발생
  4. KT "자율주행 레벨 4까지 성장에 기여…사고 0 목표" 27일 경기도 안양시 자율주행 버스 '주야로' 내부 모니터에는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는 음성 안내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모드로 운영 중이라는 의미의 하늘색 버튼이 켜졌다. 같은 화면에 정류장 이름과 함께 자동차, 차선 등 도로 상황이 도식화돼 그대로 표시됐다.우회전·좌회전은 신호등에서 한 번 멈추고 진행했으며, 정류장...
  5. 박상우 국토부 장관, 서울-세종 고속도로 개통 준비상황 점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세종 고속도로 구간 중 안성-구리 제14공구 건설현장을 방문, 공사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세종 고속도로 구간 중 안성-구리 제14공구 건설현장을 방문, 공사 진행상황을 점검했다.안성-구리를 잇는 72㎞ 구간은 현재 공정률 91%로 올해 말 개통한...
  6. KG 모빌리티, 인증 중고차 사업 공식 출범 KG 모빌리티(KGM)가 고객에게 우수한 품질의 신뢰도 높은 중고차 구매를 돕기 위해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서울모터리움에 오프라인 전시장을 개설하고 인증 중고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KG 모빌리티, 인증 중고차 사업 공식 출범KGM은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제품에 대한 투명한 정보제공과 함께 품질에 대한 신뢰...
  7. 경기도, 버스 분야 안전운행 일제점검 추진...운수업체 1천4곳 전체 경기도는 6월 28일까지 대중교통안전사고 예방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버스 분야 안전운행 일제점검’을 실시한다. 경기도내 버스터미널 자료사진 점검 대상은 도내 1천4개 운수업체의 운행버스 2만 9천289대, 터미널 27개소, 차고지 34개소다. 이번 점검은 도, 시군, 한국교통안전공단, 소방서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진행하며, 사...
  8. 지하철 8호선 연장(별내선) 영업시운전 개시…8월 중 개통 서울시는 암사역이 종점인 기존 지하철 8호선을 경춘선 별내역까지 연장하는 총 12.9㎞의 `지하철 8호선 연장(별내선) 사업` 시설물검증시험을 완료하고, 5월 25일(토)부터 영업시운전에 돌입한다. 새로 도입된 전동차 내부 모습 시는 지난 1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약 3개월간 전동차가 최고속도로 운행할 때, 주요 철도시설물*이 안전하
  9. 사고로 통제된 부산 동서고가로…뒤늦은 안내문자에 시민 분통 27일 오전 4시 40분께 부산 사상구 동서고가도로 시외 방면 학장램프 부근에서 트레일러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 섰다.이 사고로 트레일러 운전자는 경상을 입었지만 트레일러에 실린 컨테이너가 도로에 떨어져 2시간가량 두 개 차로가 전면 통제됐다가 오전 6시 30분께부터 한 개 차로의 통행이 재개됐다.그사이 사고.
  10. 대전시-에어로케이 항공 업무협약 체결 대전시와 에어로케이 항공사는 27일 ‘국제노선 개설 확대를 위한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시-에어로케이 항공 업무협약 체결주요 협약 내용은 ▲국제노선 개발을 위한 행정적 지원 ▲전략노선 공동 개발 ▲대전시민 항공 할인 ▲대중교통 확대 운영 노력 ▲지역민 우선채용 등에 대한 상호협력 및 지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