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체가 일정액의 사납금만 받고 운영하는 '도급택시'에 대해 정부가 사업개선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서기석 부장판사)는 S택시회사가 “60일간의 운행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운수사업법에 근거해 사업개선명령을 내렸지만 그에 우선하는 특별법인 '기업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해당 사업명령개선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효”라고 밝혔다.
기업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원활한 기업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3년 6월 제정됐으며 1997년 4월 개정되면서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기업에 내리던 각종 시정조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 조항에는 '도급제 운영금지'를 비롯해 운송의 안전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운수업체를 상대로 한 시·도지사나 각급 구청이 재량껏 실행돼온 각종 사업개선명령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 단속에서 택시 9대가 도급택시로 밝혀진 S사는 2008년 1월 택시 18대에 대해 60일 운행정지처분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은 위반행위와 직접 관련된 자동차의 2배수에 대해 사업정지 또는 120만원의 과징금부과처분을 내릴 수 있다.
S사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이번 항소심에서는 승소했으며, 양천구청은 항소심 선고 뒤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시는 지난 2007년 8월 불법 도급택시 기사 등이 여성 2명을 납치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자 택시업체를 대상으로 도급택시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적발된 도급택시에 대해 운행정지처분을 내린데 이어 작년 9월부터는 명의이용금지위반행위(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13조)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 감차처분까지 단행했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서울시가 도급택시에 대한 개선명령이나 시정조치가 법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차고지가 아닌 장소에서 운전자가 교대하는 것을 금지한 '차고지 밖 관리금지' 개선명령도 효력을 잃을 운명을 맞았다. H회사 등 택시회사들이 차고지 밖 관리금지 개선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내린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줄줄이 승소했기 때문이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들은 도급제 개선명령에 위법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과 마찬가지로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위반한 개선명령이라며 과징금 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는 차고지 밖에서 교대가 이뤄지면 관리·감독이 어려워 도급택시를 비롯한 불법·탈법 운행이 만연할 수 있다고 보고, 위반 택시 1대당 1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감차처분 역시 관련 소송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서울시가 1심 소송에서 일부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도급택시 적발 후 아직 감차처분을 하지 않은 택시에 대해 처분 절차를 중단해놓고 있으며,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도급택시를 규제하고 있는 법적장치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조치법이 공익적으로 필요한 행정처분을 무효화시키고 있어 관련 규정의 개정·삭제를 이미 국토해양부에 건의해놓은 상태"라며 "절차상 문제로 지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위법행위가 분명한데 이를 허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법원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보완입법 등 도급택시를 단속할 수 있는 다른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