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라일리 GM 아시아ㆍ태평양지역본부 사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요청이 있을 경우 GM대우 지분이나 담보 제공 등 여러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산업은행이 GM대우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미국 GM 본사가 보유한 GM대우 지분 제공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GM대우에 대해 최대주주인 GM 본사의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만약 미국 본사 지원 없이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GM대우 지분 등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왔다.
라일리 사장은 미국 본사를 방문한 뒤 이날 오전 GM대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왔고, 이어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산업은행이 지원 조건으로 지분 제공 등을 공식 요청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GM대우의 지분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지분 제공 등이) 꼭 필요하다면 그때 산업은행과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은행 요구사항은 극비이며 이 시점에서 공개할 수 없지만 지분, 담보 제공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산업은행은 지원 조건으로 GM대우의 지분이나 GM 본사 및 해외 계열사가 갖고 있는 공장 등 여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GM대우 지분 구조는 △GM그룹이 50.9%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27.97% △스즈키 11.24% △상하이자동차 9.89%다. 산업은행은 GM이 보유한 지분 중 23%만 넘겨받더라도 경영권을 갖게 된다.
라일리 사장은 "GM 해외법인은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되므로 미국 GM 본사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더라도 이 돈은 해외 자회사에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GM대우 지원의 첫 번째 전제조건인 미국 GM 본사와의 동시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는 "오는 5~6월 만기가 돌아오는 8억9900만달러 선물환 계약 중 4억4500만달러는 산업은행 등 8개 은행이 만기를 3개월 연장해줬다"면서 "나머지 금액은 자체 자금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일리 사장은 `GM대우 자금의 미국 GM 본사로의 유출` 논란에 대해 "GM대우 유동성 위기는 수출 물량 감소와 선물환 헤지 실패에 따른 손실 때문일 뿐 GM 본사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GM 본사는 계약조건에 따라 해외 자회사에 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