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가 머잖아 휘발유보다 비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경유를 연료로 쓰고 있는 버스·화물자동차운송업계의 시름이 깊어져 가고 있다.
올들어 휘발유의 소비자 가격은 2.5% 올랐지만, 경유 값은 그 3배에 가까운 7.3%나 급등했다. 3월말 전국주유소의 평균 경유 판매가는 ℓ당 1천548원으로 휘발유 가격의 93%에 근접했다. 휘발유의 85%로 정한 정부의 가격조정 목표치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특히 지난달 말 급상승한 국제경유 가격이 국내 시세에 반영될 경우 국내 경유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수도권의 일부 주유소는 경유 가격이 이미 휘발유값을 추월했다.
이에 따라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버스·화물자동차운송업계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1t 용달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는 이 모(44)씨는 "기름값 지출이 35%나 되고 있다"며 "비싼 기름값 때문에 일을 그만둘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버스나 화물차 등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도 중장기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어어서 경유값 상승에 따른 자동차운수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유 값이 휘발유보다 비싼 것은 경유의 제조단가가 더 높고, 연비가 좋아 수요도 더 많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석유제품의 세금 비중이 낮은 나라들은 경유 값이 휘발유보다 비싸다.
현재 국내 경유 세금은 휘발유의 71% 수준이다. 따라서 세전 가격은 국제시세에 따라 경유가 휘발유보다 높지만, 세금 차이 때문에 세후 가격은 휘발유가 다소 높다. 그러나 3월말 국제 경유 시세가 반영되는 이달 2~3주에는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와 비슷해질 전망이다.
2005년 7월까지만 해도 경유는 세금이 낮아 휘발유값의 70% 수준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유 승용차에 의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겠다"는 명목으로 경유에 붙는 세금을 매년 인상, 2007년 7월에 휘발유와 경유 간 가격을 100:85로 맞춘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07년 7월 이후 경유 세금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국제 경유 가격 상승세가 휘발유보다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에 육박한 것이다.
'100:85' 세제 정책을 믿고 휘발유 차보다 비싼 경유차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정부에 세금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현재 경유가 인상은 세금이 아니라 국제 경유가 인상 탓이기 때문에 세금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12월만 현재 국내 전체 등록차량 1천642만대 가운데 휘발유 차량은 49.2%, 경유 차량은 37.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