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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2022
  • 공희준
  • 등록 2022-12-14 11: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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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이 쏘아올린 모진 공

필자는 화물연대 파업사태에 관한 심층적 분석기사를 읽으려고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세 가지 사실에 놀랐다.


지난 달 24일 의왕ICD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화물연대 조합원들. (교통일보 자료사진)  

첫째는 귀족노조의 일원으로 지탄받아온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놀랐다. 최근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곤 하는 젊은 트럭 운전사들의 자유롭고 낭만적인 일상이 담긴 잘 편집된 각종 브이로그 동영상들은 역시나 일종의 가상현실(Fantasy)에 불과했다.


둘째는 화물차 운전이 남한사회에서 일종의 막장 같이 돼버린 상황에 놀랐다. 이 직업마저 그만두면 더는 할 일이 없다는 게 인터뷰에 응한 중장년 운전사들의 공통된 하소연이었다.


셋째는 화물연대를 향한 독기 서린 증오와 원한에 놀랐다. 기사 본문 밑에 대부분 익명으로 작성된 댓글들은 화물차 기사들을 대한민국의 마치 주적처럼 상정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의 파업을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개발해 보유한 핵무기만큼이나 위협적이라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 윤 대통령 혼자만의 과장 섞인 인식은 아니 듯싶었다.


돈에 대한 느낌과 태도는 사람마다 주관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화물차 기사들이 한 달에 200만 원씩이나 집으로 가져가는 건지, 아니면 200만 원밖에 벌지 못하는 것인지에 관한 정확한 판단을 일단 유보하련다.


기사에 악성 댓글, 즉 악플로 반응한 사람들은 화물차 기사들이 200만 원씩이나 챙겨가고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였다. 필자는 대중으로 하여금 그와 같은 관점을 지니도록 이끌었을 윤석열 정권의 고관대작들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 또한 화물차 기사들이 한 달에 무슨 200만 원씩이냐 챙겨가느냐는 견해를 품고 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참고로,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의원 한 명당 1년에 1억 5,426만 원 가량을 세비 형태로 나랏돈으로 받아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매달 110만 원의 유류비가 국회사무처에서 별도로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기도 하다.


화물연대는 귀족노조인가 


지난 달 24일 의왕ICD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화물연대 조합원들. (교통일보 자료사진)  

시인 김수영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제목의 시에서 조그마한 불의에만 분노하는 스스로를 통렬히 자책한 바 있다. 이 시가 세상에 발표된 지 근 60년이 지났다. 그사이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차례로 성공했다.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고 있으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는 전통의 강호 포르투갈 팀에게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고서 원정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성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 같지 않다. 1960년대의 한국인들이 왕국의 음탕 대신에 희멀건 갈비탕 국물에 먼저 분노했다면, 2022년의 한국인들은 유력 정치인이 꿀꺽한 수십억 원대의 뇌물과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부당하게 감면받은 수백~수천억 원 규모의 세금보다는 화물차 기사들이 하루에 12시간씩 운전하며 벌어들이는 월 200만 원의 수익에 우선 크게 화를 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를 귀족노조로 규정하는 인물들이 망각하고 간과한 지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짜로 귀족이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할 직업이 뭔지를 제일 확실하고 영악하게 알아채는 안목은 강남 아줌마들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남 아줌마들이 자기 자식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얻었으면 하는 직업이 한국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귀족 직종인 셈이다.


필자가 견문이 짧은 탓인지 몰라도 나는 아들 혹은 딸을 화물차 기사로 만들려고 자녀 교육에 극성을 부리는 강남 아줌마가 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따라서 화물연대 파업사태를 보도한 기사들에 상스러운 욕설을 댓글로 주렁주렁 달아놓은 이들의 주장대로 화물차 운전기사가 귀족노동자라면 지금쯤 수많은 강남 아줌마가 자식을 의사나 판검사가 아니라 화물차 기사로 키우려 온갖 기발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을 터이다. 이와 동시에 대치동 학원가는 화물차 기사가 되기로 진로를 결정한 수험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리라.


K-디스토피아의 무운을 빈다


지난 달 24일 의왕ICD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화물연대 조합원들. (교통일보 자료사진)  

나는 그 이유와 배경이 뭐였건 우리나라 화물차 운전자들이 너무나 거칠고 폭력적으로 운전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본인의 생업에 종사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필자가 화물연대에 대해 가진 최대 불만이다.


그럼에도 나는 화물차 기사를 기득권 세력의 총아처럼 몰아가는 작금의 불온한 동향과 행태에 절대로 찬성할 수 없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뼈 빠지게 일해서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손에 쥐는 것도 기득권이라면 우리나라 국민의 8할 이상은 이미 기득권자들일 게다. 국민의 8할 이상이 기득권자인 나라가 있다면 그런 나라가 바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유토피아이리라.


현실은 유토피아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가진 것 없는 자들이 자기들 못잖게 가진 것 없는 자들을 겨냥해 미움과 적대감을 마구 사납고 거칠게 드러내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다름 아닌 디스토피아인 까닭에서이다. K-디스토피아의 무운을 빈다.


공희준/메시지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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