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화물연대본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둘러싸고 서로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강대강’의 대립구도를 견지하면서 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물류대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4일 기준으로 화물연대 총파업이 11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시멘트에 이어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추가 운송개시명령(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완료하며 화물연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총파업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정유와 철강 운송 차질 발생 업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오는 6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1월29일 국무회의에서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하고 당일 오후부터 발동한 바 있다.
또 정부는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차주에 대해 유가보조금 지원 및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2년 내 자격 재취득도 제한할 것"이라며 "유가보조금 지급을 1년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도 1년간 제외할 것"이라며 정부의 강경기조를 전했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상 처벌 규정이 미비한 운송방해 행위에 대한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 등의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협박이나 폭력 등을 통한 운송방해 행위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총파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못박았다.
이런 와중에 해결점은 정부와 화물연대와의 노정대화로 집약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노정 협상은 지난 11월30일 2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기약없이 종료됐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시멘트 분야 화물차주들을 대상으로 5일부터 업무 복귀 여부를 확인하는 2차 현장조사에 들어간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ILO가 발송한 공문에 대해서도 이날 정식 감독 절차가 아닌 '의견 조회'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국제운수노련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ILO에 긴급 개입 절차를 요청했다. 이에 ILO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에 보낸 서한에서 "한국 정부에 즉시 개입(intervention)하고 ILO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추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ILO) 사무총장 명의로 서한이 온 건 맞다"면서 "(정부는)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산업계 피해는 확대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총파업 사태로 전날(3일)까지 시멘트·철강·정유 등 주요 업종에서 총 3조263억원에 달하는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품절 주유소'가 수도권을 넘어 충남, 강원, 충북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재고소진 주유소는 총 88곳(휘발유 73개소, 경유 10개소, 휘발유·경유 5개소)으로 파악됐다. 3일 같은 시간 대비 14곳 늘어난 수치로,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이날 자정까지 전국 품절 주유소가 100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출하량은 업무개시명령을 기점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평시 대비 시멘트 출하량이 11월24일 5%에서 지난 3일 기준 80%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지난 11월27일 대비 205% 수준을 기록했다. 반출입량 규모가 가장 큰 부산항은 같은 기간 대비 202%까지 올랐다.
박래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