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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다 되나? ‘쿠팡’과 ‘카카오모빌리티’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1-06-28 12: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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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은 눈속임…오히려 자본주의 경제체제 흔든다

쿠팡 차량들.
쿠팡은 지난 몇 년간 파격적인 가격 할인과 ‘로켓배송’이란 이름의 빠른 배달로 급속히 성장했다. 2016년 1조 9159억원이던 매출이 5년 만에 13조 2478억원으로 6배 넘게 뛰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쿠팡은 올해 3월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28일 현재 시가총액은 73조원으로 국내 상장기업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487조). SK하이닉스(93조)에 이어 3위다.

 

쿠팡은 창업 후 작년까지 4조 5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역대급 실적을 올렸던 지난해에도 5842억원의 적자를 냈다. 보통 회사였으면 진작에 망했겠지만, 쿠팡에게는 든든한 원군이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쿠팡에 총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했다. 손 회장이 운영하는 비전펀드는 쿠팡 지분의 33.1%를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다. 

 

손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 창업 초기에 6000만달러(약 681억원)을 투자해 수십 배를 벌어들였다. 손 회장은 쿠팡이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이 연간 100조원대에 이르는 한국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석권하면 여기서 창출한 이익이 수십 배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아마존도 창업 후 오랫동안 적자 기업이었지만 투자자들이 엄청난 투자금을 계속 제공했기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든든한 자금을 바탕으로 경쟁자를 압도하는 전략을 ‘캐시버닝(cash burining·현금 태우기)’이라고 하는데 쿠팡도 이런 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쿠팡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2023년 28%, 2030년 47%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이 가까운 미래에 사실상 독점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쿠팡이 독점기업이 된 이후다.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경쟁 기업이 사라지고 쿠팡만 남게 되면 그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와 공급자를 착취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어차피 지금처럼 엄청난 적자를 지탱하면서 사업을 지속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까운 시점에 흑자로 전환해야 하는데 결국 그 방법은 택배비를 인상하거나 노동자를 쥐어짜 쿠팡이 가져가는 몫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 80% 이상으로 압도적인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택시업계를 혁신하겠다며 2015년 택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는 국내 택시 시장을 ‘호출 중심’으로 바꿨다. 처음엔 승객과 기사 모두에게 무료였다. 그 덕에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1위 택시호출 중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부터 조금씩 유료화에 나서면서 공공요금인 택시요금체계를 사실상 무너뜨렸다. 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서울 기준)이지만, 이제 승객은 택시를 빨리 타려면 최대 5000원의 웃돈을 내야 한다. 택시업계는 매출의 20%(이 중 16~16.5%는 환급받아 실제로는 3.5~4% 정도)나 월정액의 중개수수료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어떤 법적 근거나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에 더욱 카카오모빌리티 마음대로다. 승객으로부터 받는 호출료나 택시업계로부터 받는 중개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으나 카카오모빌리티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독점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액은 2017년 167억원, 2018년 536억원, 2019년 1048억원, 2020년 2112억원으로 꾸준히 올랐으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06억원, 210억원,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순손실은 101억원, 185억원, 255억원이었으며 지난해 순손실은 351억원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아직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쿠팡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투자금이 없었다면 적자를 감수하며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7년 6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로부터 5000억원의 ‘실탄’을 받았다. 이때 TPG는 “투자 4년 후 상장(IPO)을 추진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을 보면 딱 올해다. 또 올해 초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200억원, 구글로부터 5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흑자 전환을 하고, 내년에 기업공개(상장)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와 수익 창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승차 문제를 혁신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유료화로 해결한 셈이다. 손님도 웃돈 내야 콜 먼저 받을 수 있고, 택시업계도 수수료 내가면서 손님을 태우게 됐다. 그 사이에서 카카오모빌리티만 좋게 됐다.

 

한 기업이 어느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경우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과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한 기업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축소돼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이윤추구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문제점이기도 하는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극히 경계해야 할 일의 하나로 꼽힌다. 

 

오로지 이윤획득을 목적으로만 한다면 아무리 자본주의 경제체제라고 하더라도 세상이 어떻게 될까?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독점적 지배시장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해 시장을 교란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쿠팡의 화려한 성적이나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도 따지고 보면 소비자의 도움과 노동자의 땀으로 만들어졌다. 쿠팡의 경우 과도한 노동강도로 사망사고가 잇따랐으며 최근에는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이 죽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사람의 목숨과 안전을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하는 쿠팡의 조직 운영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쿠팡이나 카카오모빌리티나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이들 기업의 조직 운영 문화와 역량이 그 기업가치에 걸맞지 않다는 우려가 많은데 차제에 재정비하지 않으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에서 볼 때 자본주의를 도입한지가 오래되지 않으나 비교적 성공적인 나라 중 하나다. 막대한 자본으로 오히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흔드는 일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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