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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버스 준공영제 ’완전 공영제‘가 해답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1-06-21 06: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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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이동성 보장 위해 세금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

서울 시내버스 운행 모습.(교통일보 자료사진)

버스 준공영제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버스회사의 이익만 챙겨준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에 ’완전 공영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서울부터 시행되어온 버스 준공영제는 종사자 처우 개선과 안정적 운영으로 서비스 향상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회사들이 적자 운영을 하면서도 지원금 덕에 배만 불린다는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서울과 부산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도 이 같은 사실이 잘 드러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차량 보험료, 타이어와 정비비용 등의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항목의 지출액이 점차 감소하는 데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교통사고가 줄어 차량보험료가 감소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아 2016∼2019년까지 4년간 버스회사의 실제 지출액보다 약 89억원을 더 지급했다. 타이어와 정비 비용도 2015∼2019년 5년간 실제 지출보다 각각 98억원, 152억원을 더 많이 지급했다.

 

부산시는 버스 운행실적의 심사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2017~2020년 4년간 버스회사 운행횟수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최소한 가동비에 해당하는 페널티 금액 총 652억여원을 부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의 공공성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버스업체들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 주는 대신, 노선 변경이나 증차를 할 때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2004년 7월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이후 현재 7개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운행실적에 따라 표준운송원가를 지급하고, 수입금이 표준운송원가보다 적으면 적자분을 보전해준다. 하지만 버스회사들이 적자 운영을 하고도 지원금 덕에 순이익을 기록하고 배당금을 챙기는 기형적인 업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버스회사의 이익보장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은 버스 준공영제 이후 2019년까지 모두 4조 320억원 규모의 운송적자를 냈으나 서울시가 모두 벌충해줬다. 코로나19로 승객이 감소한 지난해 적자는 7000억원에 달한다. 이것 역시 모두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서울 버스회사들은 서울시가 일정 수준의 이윤까지 재정 지원하는데 힘입어 적자 경영을 하면서도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매년 약 700억원씩 발생해 버스회사들은 배당 잔치를 벌였다. 회사마다 순이익의 최소 30.5%에서 최대 71.8%까지 주주에게 배당됐다. 버스회사 전체의 이익잉여금 또한 매년 늘어 2015년 2822억원에서 2019년 4487억원으로 급증했다.

 

서울 시내버스 대수는 준공영제 도입 당시 7978대에서 지난해 말 7393대로 줄었으나 57개사였던 버스회사는 오히려 65개사로 늘었다. 업체 수가 늘어난 기현상은 현재의 개별 사업자 지원 구조가 오히려 업체 난립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애초에 부실 업체에 대한 퇴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폐해가 드러나면서 여러 개선방안이 나와 시행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사실 국내 버스사업은 극히 민영화된 체제로 면허체계 변경 없이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것은 특혜적인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윤이 보장되는 대신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 아주 이상한 방식의 계약으로 현재까지 딜레마에 빠져 있는 대표적인 교통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도로는 완전히 공적인 공간이며 버스노선도 기본적으로 공공의 재산인데, 가난하던 시절에 대중교통을 빨리 늘리려다 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버스노선이 사유 재산처럼 간주되어 왔다. 상당수 버스업체가 가족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준공영제 아래서 버스회사들은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더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라서 문제만 생기지 않을 정도로 대충 하고 경영 혁신 등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들 가족회사들은 영원히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받게 된다. 감옥 가는 삼성그룹 이재용보다 버스회사 2, 3세로 태어난 것이 더 축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마다 어느 정도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준공영제 이후 버스 적자 보전을 위한 요금인상에 대해 정부는 망서릴 수밖에 없다. 요금인상에 대한 시민 반발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추가적인 세금의 투입이라는 또 다른 선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2015년 6월 이후 6년동안 요금 인상이 없었다.

 

그래서 정부가 버스교통에 불가피하게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 버스회사의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을 받는 준공영제 보다 이제 ’완전 공영제‘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버스 공영제의 장점은 무엇보다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방지해 운송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버스 보조금을 지원할 때와는 달리 운송원가 산정 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접인건비(임원, 관리직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이윤보장을 할 필요가 없으니 원가를 고의로 부풀릴 필요가 없다.

 

또 수익성보다는 노선의 안정성, 편리성에 더 비중을 둘 수 있다. 민간업체는 아무래도 수익노선 위주로 운행할 수밖에 없지만 지자체는 공공성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비수익 노선이나 벽지노선, 새벽과 심야시간대의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이미 버스 완전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전남 신안군이 대표적이다. 신안군은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버스 공영제를 추진해 2013년부터 완전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강원 정선군도 지난해 6월부터 버스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도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시내버스 노선에 대해 버스 공영제를 도입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당장 버스 공영제를 시행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민간업체를 인수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은 많다. 영국 런던처럼 버스노선에 대해 여러 회사가 입찰하게 하는 방식, 버스업체를 한정면허로 바꾸고 순차적으로 정부 지분을 늘려나가는 방법도 있다. 정부가 하자고 하면 못 할 일도 아니다.

 

오늘날 이동성 보장은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한 삶의 요소다. 이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활성화는 필수불가결하다. 이런 의미에서 버스교통정책은 국민복지라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버스 공영제는 결국 교통복지의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부는 국민들이 일정수준의 대중교통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금투입에 좀 더 적극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해답은 완전 공영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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