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운전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SUV가 빠른 속도로 ‘여심(女心)’을 붙잡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지고, 주5일제 정착에 따른 시간적 여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세태에 따라 SUV를 찾는 여성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자사 SUV에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을 도입하거나 여성을 위한 각종 편의사양을 갖추는 등 여성 고객 붙들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투싼 고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21.3%에서 올 1∼4월 현재 26.3%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자동차 스포티지의 여성고객도 18.6%에서 27.4%로 증가했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7월 14.3%였던 GM대우 윈스톰의 여성고객 비율은 지난달 24.6%로 많아졌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수입차 전체 모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혼다 신형 CR-V는 여성고객 비중이 35%나 된다.
이처럼 SUV에 대한 여성들의 수요가 급증한 것은 경제력도 되면서 여행이나 레포츠 등 여가활동을 즐기는 미혼 여성들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깊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과거 SUV에 대한 여성 판매비율은 통상 5∼10% 수준이었지만, 자유분방하고 경제력을 갖춘 여성고객층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선호할 만한 디자인과 크기로 SUV가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여성 SUV고객을 겨냥해 각종 편의장치를 마련하는 등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 투싼과 GM대우 윈스톰은 ‘힙포인트’(차에 앉았을 때 땅바닥에서 운전자의 엉덩이까지의 높이)를 낮게 설정해 치마를 입은 여성이 쉽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유해광선 차단효과가 큰 쏠라 컨트롤 글라스를 적용, 피부에 민감한 여성운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기아차는 스포티지에 핸드백과 쇼핑백 걸이, 선글라스 케이스 등 20개 이상의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각종 조작 레버를 부드럽게 했다. 혼다 신형 CR-V는 어린 아이를 둔 여성 운전자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뒷자석에 앉은 아이를 살피거나 아이의 눈을 보며 대화가 가능하도록 한 ‘컨버세이션 미러’나 앞좌석에 앉은 성인이 유아용시트를 쉽게 끌어당길 수 있도록 설계한 ‘슬라이딩 리어 시트’가 대표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M클래스는 주차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을 위해 ‘파크트로닉’을 장착했다. 전후방 범퍼의 센서가 초음파 신호를 수신해 감지된 장애물과 차체와의 거리를 계산, 신호음을 울려 접촉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인피니티 FX는 여성들이 짐을 싣고 내릴 때 무거운 해치를 들어올릴 필요 없이 버튼 하나로 여닫을 수 있도록 전동식 해치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