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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복합화물터미널 실패가 남긴 것
  • 이병문
  • 등록 2006-04-10 2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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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부 화물역 건설사업을 추진하던 대구복합화물터미널(주)이 지난달 31일 주주총회를 열어 해산결의를 하고, 본격적인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청산법인으로 전환된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은 이달 10일까지 재산 실태조사, 법원에 해산등기 및 청산인 선임 신고, 6월까지 최고(2회) 실시에 이어 올 연말쯤 완전 청산될 예정이다.

이로써 연간 350만t의 화물이 드나들고 수백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를 모았던 대구 서부 화물역 건설사업의 주체인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은 지난 1995년 설립된 지 11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10년 공들인 사업...결국 '물거품'=

대구복합화물터미널(주)은 대구시와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주)청구가 합작설립한 회사다. 대구시 서구 이현동 236-1번지 일원 6만 6천여 평의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이 화물터미널은 침체한 대구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었다.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우선 인근 및 배후지역의 공단 확충으로 물동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1990년 사업계획 수립 당시 철도청에서는 2001년도 철도수송량을 357만t으로 추정하는 등 사업 성공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복합화물터미널 시스템으로 운송효율이 향상돼 운송비 절감 등 지역산업 연계효과를 기대했고, 대규모 물동량의 철도운송으로 도로교통 원활화도 사업 추진배경의 하나로 꼽혔다.

총사업비 486억 원(기반공사비 340억원, 영업시설비 146억원)을 들여 1996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화물역과 컨테이너 야적장, 관리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1년이 흘렀지만 사업부지는 아직도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고, 사업을 추진하던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은 회사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1년동안 다섯 차례나 민간자본 유치에 실패했고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구시 출자금(자본금 112억원, 시설 분담금 85억원)의 이자로 근근히 운영비를 충당해왔다. 누적 적자는 29억여원에 이르며, 투자금의 3분의 1 정도나마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업성 검토없이 사업추진=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외환위기 같은 예상 밖의 변수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없이 건설사업을 추진한 것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이다. 또 사업계획 당시 장래예측의 오류, 국가계획과 지방계획의 연계 결여,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추진 등도 실패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사업계획 수립 당시 철도청은 2001년도 철도수송량을 357만t으로 추정했지만 대구시 도시물류기본계획용역 결과 2003년 철도수송량은 55만t에 불과했다. 장래물동량 수요를 과다하게 추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사업 시행시 철저한 미래예측은 물론 사업성 분석을 위한 제3섹터 사업 추진 심의기구 설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가와 지방 간의 손발이 맞지 않은 것도 실패를 불러왔다. 건설사업을 한창 추진하던 2001년에 건설교통부에서 경북 칠곡에 영남권 내륙화물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탓에 이 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말았다.

또 고속철도 지상화로 인한 기존 경부선 활용으로 건넘선(기존 경부선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시설물) 설치불가, 가용면적의 축소 등으로 화물역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됐다.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유지가 절실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추진도 문제를 낳았다. 철도청과 대구시 간 이해관계로 사업이 일관성있게 추진되지 못했으며, 국가 기간사업으로 전국의 철로와 연계해 추진돼야 하는 철도사업의 특수성도 무시됐다.

특히 대통령 지시사항에 의해 사업이 추진되고 철도청에서 사업 타당성 및 사업계획을 수립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정확하고 철처한 미래예측과 사업성 분석없이 이 사업에 '편승'한 것도 사업 실패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지방정부의 내생적 발전전략 수립 추진이 매우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4명의 대표이사가 대구시 퇴직공무원 출신으로 채워지는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도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로 인해 결국 지자체는 제3섹터 기업이 부실해져도 단체장의 책임문제를 우려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았고 기업도 지자체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문제를 불러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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