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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도대체 뭐가 혁신이란 말인가?
  • 이명철 기자
  • 등록 2020-03-06 09: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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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할 수 없는 이재웅 대표의 변…안하무인이라고 말할 수밖에



다음은 렌터카 호출앱 서비스인 타다 관련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4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이재웅 쏘카 대표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span>이재웅 쏘카 대표 입장문 전문>

국회 법사위도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겠다고 결정을 했습니다. 내일 본회의에서 타다금지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혁신을 금지한 정부와 국회는 죽었습니다. 새로운 꿈을 꿀 기회조차 앗아간 정부와 국회는 죽었습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복해서 이 어려운 경제 위기에 1만여 명의 드라이버들과 스타트업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입법에 앞장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미래의 편에,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부와 국회가 170만 명의 국민의 이동을 책임졌던 서비스를 문 닫게 합니다.

국토교통부와 국회는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고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렸습니다. 참담합니다.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이용자들, 스타트업 동료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이 엄혹한 시기에 갑자기 생계를 위협받게 된 드라이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혁신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혁신을 지지해 주신 더 많은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40년 이상의 기자 생활 중 절반 이상을 교통전문기자로 일해오면서 특히 택시전문가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입장문에 대해 솔직히 화가 난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필자가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도 아니면서 자칭 전문가라고 나서는 것이 좀 무리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택시정책 공무원과 택시회사 경영자, 노조, 그리고 택시기사들을 만나고 취재하면서 얻은 현장 감각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입장문을 반박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철을 비롯해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하는 한 명의 소시민으로써 이 대표에게 고언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마음이 변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이 대표는 먼저 나만 옳다고 하지 말고 내가 틀린 것이 무엇인지, 또 나와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선, 이 대표는 타다가 혁신이라고 줄곧 주장하는데 이는 정말 어불성설 (語不成說)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전화콜로 택시를 이용했다. 타다는 카카오택시같이 스마트폰의 보편적인 보급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게 된 것뿐이다. 택시를 잡기 위해 전화를 이용하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앱은 스마트폰 따위의 운영 체제에서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다. TV홈쇼핑이나 배달음식 등 종전에 전화기를 들고 주로 이용하던 서비스산업들이 지금은 앱을 이용하는 형태로 대부분 발전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라면 현재 혁신이 아닌 산업이 없는 것이다.


길빵영업에 의존하던 택시도 스마트폰 호출앱을 이용하는 형태로 변했다. 그렇다면 택시도 혁신을 이룩한 셈이다. 이 대표가 타다를 혁신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그야말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십여 년 전에 필자는 수도권 한 지역의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콜택시를 부른 적이 있었다. 콜택시는 식당 측에서 불러줬는데 자가용 승용차가 왔다. 차량 번호판을 보니 렌터카차량이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렌터카를 빌려 유상운송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소문을 현장에서 확인한 셈이 됐다. 타다가 이것과 무엇이 다른지 오랫동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접해온 필자 입장에서는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전화콜이 호출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대표는 정부와 국회를 비난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을 치켜세웠다. 필자도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하지만 아직 1심 판결이고 2, 혹은 대법원까지 갈지도 모르는 일을 섣불리 단언하지 않았으면 한다. 검찰이 왜 기소했는지, 1심 판결에 택시업계가 왜 그렇게 분노하고 아우성치는지 이 대표는 심사숙고했으면 한다.


더불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 행정부(국토교통부)나 입법부(국회)의 판단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어느 가치와 평가를 자기 위주로 저울질하는 이 대표의 입장문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안하무인 (眼下無人)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많은 드라이버들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지만 실상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타다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될 처지에 놓여 있으며, 타다 기사들의 노동자성인정 여부는 앞으로 두고두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국에서는 우버 등 플랫폼업체들의 드라이버 착취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타다 역시 회사 측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와 불만을 나타내는 드라이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표의 드라이버들 걱정이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 대표는 미래의 편에,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정부와 국회가 170만 명의 국민의 이동을 책임졌던 서비스를 문 닫게 한다고 주장했다. 승차거부, 불친절 등 낙후된 택시 서비스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타다의 등장을 반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객법상의 허점을 이용해 타다를 출시한 것은 떳떳하지 못하고 얌체 같은 행동이다. 특히 일부 국민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무 짓이라도 하면 괜찮다는 의식은 정말 문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일말의 이해도 없이 오직 수단으로만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나? 우리는 그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과 제도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지키고 있는 것 아닌가. 타다 같은 서비스가 자유롭게 허용되려면 먼저 택시에 대한 각종 규제가 풀려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다.


정부는 여객운송 질서확립을 위해 택시를 온갖 규제 속에 묶어놨다. 요금은 물론 운전자의 자격, 자동차의 종류와 사용기간, 영업의 휴무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정부는 운행정보관리시스템을 통해 하루 주행거리, 실차율, 승하차 횟수, 운송수입금이 얼마인지도 파악하고 있다. 우리나라 택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통제 속에 갇혀있는 것이다.


이번 여객법 개정안은 그동안 현행 법상 예외 규정을 활용한 타다의 영업 방식과 이로 인한 택시와의 형평성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택시와 모빌리티업계, 그리고 시민단체, 전문가가 수개월 간 사회적 대타협 끝에 마련한 것이다.


택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줄이고 택시산업을 새롭게 재편함으로써 택시운수업의 영역을 확장하자는 취지다. 타다도 제도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영업하면서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런 것을 뿌리치고 타다가 자신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불공정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날로 먹겠다는 심보다.


타다의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도 여객법 개정안의 국회 법사위 통과 후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소감을 밝혔는데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너무 감정적이다. 이 대표와 박 대표가 눈물팔이를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서 이성과 논리를 앞세웠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최초로 무료 인터넷 메일서비스인 한메일을 제공하는 다음을 창업한 이 대표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쏘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공유경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별다른 실패 없이 성공의 길을 달려오며 성취감에 취해온 그이기에 혹시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 아닐까? 이번 일을 계기로 그가 주변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자만하지 않고 겸손해지며 더욱더 정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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