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고의로 차 사고를 낸 크레인 기사 한영탁(46)씨.
그는 비가 내리던 지난 12일 낮 제2서해안고속도로 조암나들목 인근에서 코란도 차량이 중앙분리대와 충돌한 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을 목격했다.
사고 차량 옆을 지나던 한 씨는 운전자가 조수석 쪽으로 기댄 상태로 의식을 잃은 것을 보고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 가속페달을 밟았다.
1차로의 코란도 차량을 추월하더니 그 앞을 막아섰다. ‘쿵’ 소리와 함께 코란도에 들이받힌 투스카니는 2, 3m 밀려났다. 1.5km 전부터 차 옆부분이 중앙분리대에 닿은 채 벽을 긁듯이 서행하던 코란도도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한 씨는 곧장 코란도로 달려가 창문을 망치로 깨 운전자를 밖으로 끌어냈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달리던 차량을 멈추려 낸 착한 교통사고였다.
한씨는 “운전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여서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누구라도 사고 차량을 도우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수십 대의 차량이 코란도를 스쳐 갔으나 내 차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사고차량을 세우려 한 사람은 한 씨 혼자였다. 더구나 멈춰서면 2차 사고의 위험이 도사린 고속도로였다. 물론 경적을 울리며 코란도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거나 119에 전화한 이들도 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커다란 용기를 내고 순간적인 기지까지 발휘한 한 씨같은 사람이 있기에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LG복지재단은 한씨에게 ‘LG 의인상’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LG복지재단 측은 “충돌로 인해 자칫 자신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비가 오는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량을 막아선 한씨의 용감한 선행을 우리 사회가 함께 격려하자는 의미에서 수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는 한 씨에게 벨로스터 한 대를 증정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15일 한 씨를 직접 만나 차량 증정을 위한 실무 절차를 진행했다.
현대차 측은 “한 씨가 몬 투스카니 DNA를 물려받은 차가 벨로스터”라며 “한 씨가 엘란트라를 몰고 있었다면 아반떼를, 쏘나타 구형 모델이었다면 최신 모델인 ‘쏘나타 뉴 라이즈’를 증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은 한영탁 씨의 투스카니가 의식을 잃은 운전자 차량을 막아서는 모습. 블랙박스 영상 캡처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