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관리 부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지방자치단체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소형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갓길에 설치된 배수구 가장자리에 앞바퀴가 걸려 넘어져 크게 다친 김모(34)씨와 김씨의 어머니·동생 등이 부산광역시와 부산진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부산시 등은 김씨와 그 가족에게 총 1억6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10월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도로 갓길에서 소형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중 배수구 가장자리에 앞바퀴가 걸려 넘어져 다발성 두개골골절, 출혈성 뇌좌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에 김씨와 김씨의 가족은 "갓길 배수구가 유난히 튀어나와 있는데 이를 제대로 보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부산시와 부산진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갓길에 설치된 배수구 좌측 부분이 4㎝ 정도 돌출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김씨가 지나간 갓길은 소형 오토바이의 통행이 허용되는 도로가 아니어서 지자체가 소형 오토바이의 통행까지 예상하며 갓길을 설치·관리할 의무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김씨의 사고는 갓길과 노면의 경계 또는 갓길 배수구 가장자리의 약 5㎝ 움푹 패인 부분에 소형 오토바이 앞바퀴가 걸려 중심을 잃고 넘어져 발생한 것으로, 갓길의 하자를 사고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 "김씨 등의 손해는 도로의 설치 또는 관리상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이므로 부산시와 부산진구는 김씨 등에게 1억68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차도와 갓길의 높이 차이와 급경사, 불규칙한 포장, 배수구 가장자리의 움푹 패인 부분 등 도로의 설치 및 관리의 하자가 인정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사고 당시 김씨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점, 갓길 주행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김씨의 주의의무 소홀도 사고 발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고려돼 부산시와 부산진구의 배상 책임은 20%만 인정됐다.
김봉환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