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부분의 택시 승차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승객이 없는 곳에 승차대를 설치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승차대 중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역 인근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택시 승차대에 승객도, 택시도 없으며 택시 승차대 의자에는 먼지가 까맣게 쌓여있는 곳도 많다. 이런 이유는 뭘까?
서울의 택시 승차대 설치는 관할구청, 경찰청, 서울시 세 곳이 관여한다. 관할구청이 택시 승차대 설치 지점을 경찰과 협의하고 서울시에 승인 요청한다. 서울시와 구청, 경찰 세 곳이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들의 기준이 일관성이 없다보니 정작 불필요한 곳에 택시 승차대가 생긴다. 서울시가 관할 구청에 전달한 택시 승차대 설치 권고 사항은 ▲택시 이용 시민이 많은 터미널, 지하철역 주변, 호텔, 백화점 등 이용자가 많은 횡단보도 주변 ▲폐쇄된 중앙버스정거장의 베이(Bay) ▲빈 택시가 상시 3대 이상 승객을 대기하고 있거나 택시 이용 수요가 많은 지하철역 입구 주요 건물 입구 등 세 가지다.
반면 경찰 측에서 제시하는 택시 승차대 설치 기준은 다르다. 경찰은 택시 승차대가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과 가까우면 편리하겠지만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그런 곳에 승차대를 설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세 기관의 협의를 거치다 엉뚱한 곳에 택시 승차대가 세워지는 일이 허다하다.
택시기사들이나 이용객 입장에서 택시 승차대가 세워진 곳은 매우 드물다. 서울의 교통상황은 버스중앙차로도 생기다보니 크게 달라졌으나 택시 승차대는 옛날 그대로다. 택시 승차대의 이용 강도를 재조사해서 위치를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