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보행자 안전’의 사각지대다.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4.1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1.4명(2011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3배나 높은 수치다. 네덜란드(0.4명), 영국(0.7명), 미국(1.4명), 일본(1.6명)보다 높은 압도적 1위다.
이는 한국사회가 아직까지 ‘보행자보다 자동차 중심의 정책과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욕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거꾸로 되도 한창 거꾸로 됐다. 이런 현실때문인지 차대 차 사고는 줄어들어도 보행자 사고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관계 법령만 살펴봐도 보행권의 중요성은 무시되고 있다. 교통안전법 제8조는 ‘보행자는 육상교통에 위험과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사고방식이 교통안전 증진을 목적으로 한 법에서조차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자동차나 이륜차가 차로가 아닌 인도까지 치고 들어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교통안전선’ 침범 현상이다.
새해에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고질적 무질서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행자들은 인도가 많이 부족한 데다 자전거마저 보행길을 빼앗고 있다. 유럽에선 보도가 우선이고 자전거, 자동차 순으로 생각한다. 한국도 보행자 인권과 안전을 세심히 살펴야 하며 인도와 차도의 엄격한 경계선을 지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강석우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