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을미년(乙未年) 양띠 해다. 양(羊)은 성질이 온순하고 무리를 지어 사는 순한 동물로 양의 해에 태어나는 사람 역시 성격이 부드럽고 감성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올해는 청(靑)의 기운이 듬뿍 담긴 ‘청양(靑羊)’의 해로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푸른색의 의미가 더해져 개인과 가정에 큰 행운을 불러온다고 전해진다.
순하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양은 평화와 희생을 상징한다. 서양에서는 사람을 징벌하는 신에 대한 희생물로 바쳐졌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도 제사용으로 쓰였다. 이 때문에 양은 재물, 종교인, 선량한 사람 등을 의미할 때도 쓰인다.
양이 가진 희생의 이미지는 그 다양한 쓰임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흔히 양을 가리켜 가죽, 털, 고기, 뼈까지 버릴 것이 없는 동물이라 하는데 양 기름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허약체질인 사람에게 좋고 양고기는 양이 적고 흔하지 않아 예로부터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으로 사랑 받았다. 가볍고 보온성이 높은 양모는 옷감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각광받는다.
양은 정직과 정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양이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양의 특징과 습성때문에 양은 착하고, 상서롭고, 정직함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돼왔다.
양의 해는 학자의 출생빈도가 가장 높은 해로 알려져 있다. 양띠는 학구적인 사색을 즐기며 몰두하는 성격이 강해 교수, 교사, 언론인, 문예계 등에 잘 맞는 띠다. 실제로 동서양을 통틀어 학자는 양띠가 제일 많다고 한다.
맛있음(味), 아름다움(美), 상서로움(祥), 착함(善) 등의 한자도 모두 양(羊)의 파자다. ‘대(大)’와 ‘양(羊)’ 두 글자가 합쳐져 아름답다는 뜻의 미(美)가 되고 나(我)의 좋은 점(羊)이 옳을 의(義) 자가 되는 식이다.
이처럼 온순하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양의 해이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꼭 밝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895년 을미사변의 여파는 김홍집 내각이 실시한 을미개혁으로 이어졌고 단발령 등 각종 개혁정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1955년에는 봄비가 그칠 날이 없어 보리농사가 망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이 때의 흉년이 워낙 심해 약간의 먹을 것만 생기면 “을미년 보리흉년에 이것이 약간인가”라는 유행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1415년에는 왜구가, 1235년에는 몽골이 한반도를 침입했다. 1115년에는 요의 사신이 금나라에 출병을 독촉했고 995년에는 서희가 여진을 축출했디. 935년 을미년에는 후백제 견훤이 고려에 투항했고 신라 경순왕마저 고려에 항복해 신라가 멸망했다.
올해는 어떤 양의 해가 될 것인가. 모든 사람들은 온순하고 착한 양의 기운을 받아 싸우지 않고, 거짓하지 않고,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희생하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될 것을 바라고 있다.
강석우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