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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이병문
  • 등록 2005-12-01 22: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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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 인사들을 만나면 “앞으로 택시운송업이 어떻게 될 것 같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많은 택시운송업 종사자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택시의 미래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열(熱과) 성(誠)을 다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지금 하는 일을 때려치우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택시운송업 종사자들은 예외다.

앞으로 우리나라 택시운송업은 과거처럼 손쉽게 큰 재미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택시 수요(승객)는 이미 크게 줄어들었으며, 앞으로도 갈수록 줄어들게끔 되어 있다. 이와는 반대로 택시 대수는 10년 전에 비해 20% 가깝게 늘어났다.

▶공급은 과잉, 수요는 줄어

자가용승용차의 증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택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대중교통수단이 계속 발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지하철 1~8호선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데다가 현재 9호선이 공사 중이다. 또 일부 노선의 연장, 지하철과 연계되는 수도권 광역철도 건설이 계획되어 있어 서울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편의가 크게 증진된다.

부산도 벌써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됐으며 대구·인천·대전·광주 등 전국 광역시들도 지하철 시대를 맞고 있다.

‘대중교통의 총아’라고 불리는 지하철은 택시 시장을 크게 잠식한다. 필자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선진국 교통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이웃나라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지하철이 막 개통된 후쿠오카 시내에 줄서있는 빈 택시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택시를 잡을 수가 없어 합승과 승차거부가 성행하고 있던 때라, 줄서있는 빈 택시와 지나친 느낌이 들 정도의 친절한 서비스는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그 때 이미 한국택시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뿐만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잘 볼 수 없는 새로운 교통수단인 경전철이나 모노레일도 곧 등장할 전망으로, 택시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경전철이나 모노레일이 건설되어 운영되고 있지는 않으나 현재 서울 강남구가 모노레일 사업을, 울산광역시 및 경남 김해, 전북 전주, 경기 용인·광명·의정부 등이 경전철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강남 모노레일은 오는 2008년, 울산 경전철은 2012년 개통되는 등 머지않아 국내 곳곳에서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이에 비례해 길거리에는 빈차로 줄서 있는 택시가 늘어날 것이다.

▶ 출산율 저하도 한 몫

최근 들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출산율 저하 현상도 택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감소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 중 하나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감소는 그만큼 택시의 잠재적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택시운송사업의 미래는 자가용승용차의 증가와 함께,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자연적인 인구감소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사업의 성장 동력을 점차 잃어 가게 될 것이다.

이렇듯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영업환경을 볼 때 어쩌면 3년, 늦으면 5년 정도 후 택시운송업 종사자들은 사장이나 기사들이나 모두 곡(哭) 소리를 합창할런 지 모르겠다.

▶결국 무한 경쟁의 시대로

전반적인 택시의 경쟁력 약화는 버스·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결국 시장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값싼 요금, 친절한 운전기사, 깨끗한 택시가 곧 경쟁력이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 택시회사들은 친절서비스 경쟁보다는 기사들에게 회사의 일정 수익을 보장토록 하는 사납금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많은 택시회사에겐 승객을 편하고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시는 것보다는, 기사가 승차거부를 하고 과속난폭운전을 하더라도 사납금을 꼬박꼬박 입금토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생존’을 위해 택시 간에 서로 경쟁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담합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택시들도 공급과잉과 영업환경의 악화 속에 이제 살아남기 위한 서비스 경쟁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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