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보면 가끔 '000전우회' 같은 이름을 큼지막하게 써붙인 차량이 경광등을 켜면서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무슨 급한 일인지 모르지만 민간인들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차를 운행하는 게 관계법령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필자는 요즘도 가끔 보이는 '경광등 차량'에 대한 추억이 있다.
몇 년 전 여름에 택시를 타고 가는데 신호등 앞에서 정차하자 바로 옆에서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면서 신호대기하는 '000전우회' 승합차가 있었다.
마침 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시끄러워서 사이렌을 울리는 차량기사에게 "시끄러운데 조용히 할 수 없겠느냐?"는 제의에 새파랗게 젊은 청년인 듯한 승합차 기사는 대뜸 욕설을 하면서 "우리가 누구인 줄 아느냐"며 화를 냈다.
민간인이 특수부대 군복을 입은 것도 어색하였지만 느닷없는 욕설에 황당한 필자는 "당신들 누군인지 관심없다 사이렌을 꺼 달라"고 한 후 마침 신호를 받은 필자가 탄 택시는 출발을 하였다.
그러자 그 승합차는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면서 급하게 따라 오더니 얼마 못가서 로타리에서 필자의 택시 앞을 가로막았다. 차를 막은 '000전우회원'들이 승합차에서 몇 명이 내려서 필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내리라고 하였다.
"나는 바쁜 사람이니 내릴 시간 없다"고 하자 그들은 강제로 택시 문을 열면서 내리라는 협박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특수부대 군복을 입은 이들은 백주에 마치 집단테러라도 할 듯한 기세이더니 대꾸하는 필자에게 욕설만 늘어놓고서 결국은 떠났다.
군 특수부대에서 고생한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000전우회' 같은 모임을 만들어서 제대 후에도 국가에 도움이 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황당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그들이 보여준 특수부대에 대한 이미지는 실망과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군다나 군대와 관계없는 일반사회에서 군의 권위를 내세우는 듯한 모습과 과시용으로 경광등을 켜고 다니는 모습은 일반인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보면 의외로 너무나 많은 차량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경광등을 부착하고 다닌다. 이러한 부착물들이 위법은 아닌지 관계당국에서는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민간인들이 운영하는 구급차들의 경우도 위급환자도 없이 긴급차량이라는 이유로 조용히 가다가도 신호등에 걸리면 사이렌을 울리고 중앙선을 침범하며 경광등 점등을 남발한다면 그에 대한 선의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