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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버스기사 식사 제공 중단
  • 이호돌 기자
  • 등록 2013-07-28 09: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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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공사 “투명성 위한 조치”…버스회사·기사 반발
 
고속도로 휴게소들이 고속버스·전세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제공하던 무료식사를 중단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에 ‘휴게소 비노출 식대 매출 양성화 방안 시행’이라는 공문을 보내 고속버스·전세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제공하던 무료식사를 중단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들은 수십 명의 버스 승객을 휴게소에 내려주는 대가로 고속버스나 전세버스 기사들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해 왔다.

휴게소들은 버스기사 등에 제공하던 ‘무료식사’를 복리후생비로 책정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휴게소 운영과 관련된 비용이기 때문에 매출로 처리해 세금을 정상적으로 낼 것을 요구했다.

무료 식사의 대상은 버스 기사 외에 휴게소 임대 매장 직원, 도로공사 및 지자체, 고속도로순찰대 등 다양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무료식사로 인해 휴게소의 과열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오래전부터 감사원과 국세청의 지적이 이어졌다”며 “새정부 출범 이후 경제양성화 조치 등으로 여건이 마련됐고, 회계투명화를 위해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가 파악한 휴게소 무료식사는 최소 연간 65억원 가량이다.

휴게소가 무료식사 비용을 매출로 잡게 되면 실제 현금이 들어오지 않지만 관련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무료를 유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휴게소는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무료식사’를 중단했다. 버스기사들은 “평소 때 그냥 주던 밥을 끊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휴게소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정책을 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기사들의 불만은 휴게소가 다 듣고 있다”며 "식당에서 밥을 팔건 말건 알아서 하면 되는데 지나치게 참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휴게소는 무료식사를 제공하되 식사 원가를 매출로 처리하고 있다. 한 휴게소는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식사가 끊어지면 휴게소 영업에 큰 타격”이라며 “무료 식사는 제공하되 식사 원가를 매출로 처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무료식사를 중단한 일부휴게소는 기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도로공사가 제시한 원가(2500원)만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식사 제공 대신 장갑이나 비품 등을 지원해 버스를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기사들은 “사전안내도 없이 갑자기 식사제공이 끊기니 돈 문제보다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반발하고 있다.

식비가 별도로 지급되는 고속버스 기사들은 “회사에서 나오는 식대는 일종의 수입이었는데, 지금은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지출이 늘어난 셈”이라며 “큰 돈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고속버스회사 관계자는 “노조에서 식대 현실화 등을 요구할 경우 들어줄 수밖에 없고,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부분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세버스 기사들은 불만이 훨씬 더 높다. 한 전세버스 기사는 “운임을 받아 소개수수료, 기름값 통행료 등을 떼면 밥 사먹는 돈도 아까울 정도”라며 “고속버스야 정해진 노선이지만 전세버스는 그때그때 노선이 달라, 밥값 싼 휴게소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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