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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부터 달리는 ‘심야버스’ 운행 첫 날 직접 타보니
  • 강석우
  • 등록 2013-04-23 0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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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심야전용버스 두 개 노선 운행 시작…3개월 시범운행 뒤 노선 확대
 
심야 시간에 막차가 끊겨 고생했던 기억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불편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심야전용 시내버스를 도입해 24시간 대중교통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국 대부분의 대중교통은 0시경에 막차가 끊겼다. 서울에서 수원, 성남, 고양 등을 오가는 일부 심야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에서 심야 교통수단은 택시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택시는 요금이 비쌀뿐더러, 장거리 승객 위주의 수송 행태까지 더해져 야간에 시내를 이동하는 시민에게는 많은 불편이 따랐다.

이런 불편함을 인식한 서울시는 지난 19일 0시부터 새벽시간에 주요지역(강서~중랑, 송파~은평)을 잇는 2개 노선의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한 뒤 노선을 8개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심야전용버스 시범 운행 첫 날, 그 현장에 다녀와봤다. 심야버스 두 대 중 하나인 N37번 버스는 송파공영차고지를 출발해, 강남, 종로를 경유해 연신내, 은평뉴타운으로 향하는 노선이다. 송파와 은평에서 30~35분 간격으로 각각 3대씩 운행한다.

첫차가 은평구 진관동 차고지에 도착할 때까지 46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탑승한 승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첫 승객은 수서역에서 탑승한 전희망(24) 씨였다. 그는 “일을 마치고 숙명여대 근처의 집으로 퇴근하는 중에 새로 생긴 노선에 우연히 탑승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버스 막차가 끊기면 택시를 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2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새로운 노선이 생겨 종로까지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심야노선의 특성상 승객 중에는 대리운전 기사가 많았다. 50대 대리운전 기사 임 모 씨와 노 모 씨는 “기존에는 불법 사설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버스가 운행되니 매우 편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시범운영기간이 끝나 요금이 1850원으로 환원되더라도 야간에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종로에서 탑승한 20대 초반의 남녀는 “여자친구를 서대문의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인데, 헤어지고 나면 도착지인 길음동까지 택시 외에는 이동할 방법이 없어 곤란한 적이 많았다.”며 “노선이 확대돼 심야시간에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야전용버스의 전반적인 준비상태는 양호했다. 버스 기사를 10년 이상 경력자로 채용했고, 취객이 많을 것에 대비해 비닐봉투를 준비하고 방향제를 차내에 비치했다. 다만, 취객을 위한 비닐봉투가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있어 버스 내부에 안내표지를 더 설치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한편,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에는 속도제한기가 장착됐고 실제 운행 또한 안전하게 이뤄졌다. N37번 첫차 운행사원은 “야간노선이라 특히 안전에 유의해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날인 만큼 일부 미비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먼저, 취객이나 취약시간대를 노린 범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해 보였다. 우세환 한국BRT 대표이사는 “시비를 가릴 수 있는 CCTV가 정작 음성은 녹화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심야버스는 상대적으로 범죄 등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범죄예방을 위해 심야버스만이라도 음성과 영상을 모두 녹화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전 운행과 관련한 시민들의 당부도 있었다. 종로에서 연신내까지 간다는 김 모 씨는 “야간 운행인 만큼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첫 날이고, 언론에서 지켜보기 때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안전운행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야간에 운행하는 노선인 만큼 무단횡단이나 신호위반 등 각종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기에 안전한 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이병욱 주무관은 첫 날 운행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노선을 인지하고 관심을 보여주셨다. 앞으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노선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고, 추이를 지켜보며 확대 도입해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야전용버스의 도입을 크게 반대한다고 알려졌던 택시업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며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기사는 “오늘 처음 알았다. 새벽 3시에 버스가 있기에 뭔가 했다.”며 “탐탁치는 않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택시의 주 이용객과 버스의 이용객 사이의 수요층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야전용버스의 도입은 시민들의 야간 이동권을 보장함으로써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정책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취재 결과 생각보다 많은 야간 이동인구가 있었고,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하는 정책을 만든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였다. 하지만 정책이 택시업계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 또한 필요해 보인다.

☞ 서울시 심야전용버스
- 시범운영기간 : 4월 19일부터 3개월간
- 노선(2개 노선)
· N26번 : 강서차고지~홍대~신촌~종로~청량리~망우로~중랑차고지
· N37번 : 진관차고지~서대문~종로~강남역~대치동~송파차고지
- 배차간격 : 30~40분(0:00 첫차, 03:10 막차)
- 시범운영 기간에는 시내버스 요금(1,050원) 적용, 이후 1850원 적용 예정
- 세부사항은 http://topis.seoul.go.kr/renewal/traffic/BusInfo.jsp 참조


정책기자 박민호(대학생) mhpark8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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