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저항에 따라 번호판이 범퍼 밑으로 접히는 '꺽기 번호판'. 반사 필름과 번호판 가리개는 물론 레이저를 교란시키는 첨단 장비까지 자동차 번호판에 붙여 과속이나 불법 주정차 단속을 피해온 전문직과 고소득 자영업자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자동차 등록번호판을 가리거나 무인 교통단속장비의 레이저를 교랑케 하는 장비를 제작·유통·판매하고 이를 구입해 사용한 권모씨(38)등 130명을 형사입건하고 그 중 과태료처분 대상 10명을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권씨등 12명은 지난 2007년 12월경부터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서 제조·공급·판매책 등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활동, 단속 회피 장비를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동 스크린, 반사·꺽기·회전·LED 번호판, 반사스프레이와 무인단속 장비의 레이저를 교란하는 '잼머' 등을 만들어 개당 20~30만원에 팔아 1억여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속칭 '잼머'라고 불리는 전자 장치는 이동식 카메라가 쏘는 레이저를 인식해 자동으로 전파를 교란시키는 방법으로, 단속을 해도 속도가 '0'으로 표기됐다.
'일지매'라고 불리는 장비는 번호판 주위에 부착하면 강한 LED불빛이 나와 단속 카메라가 차량번호를 판독하지 못하게 하는 최신 장비다. 경찰 실험 결과, '일지매'는 야간 주행 시 100% 카메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번호판 자체를 가리는 수법도 적발됐다. 적발된 조작 번호판 가운데는 카메라가 나타나면 운전석에서 버튼 하나만 눌러도 검은색 천이 번호판을 가리는 '자동 스크린 가드'도 포함됐다.
또 바람의 저항에 따라 번호판이 범퍼 밑으로 접히는 '꺽기 번호판'과 차량 안에서 버튼을 누르면 번호판이 180도 회전해 감쪽같이 번호판을 숨길 수 있는 '전동 회전 번호판' 사용자들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와 함께 0, 6, 8, 9 등 숫자의 원 안과 자음과 모음 공간에 번호판의 바탕과 같은 색상의 반사 필름을 부착하거나 반사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도 발각됐다.
이들 첨단 조작장비들은 자동차 정비소나 고속도로 휴게소, 인터넷 카페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중전화나 대포폰으로 주문받아 고속버스 택배(의뢰자는 고속버스 기사에게 물건을 맡기고 수신자는 가까운 고속터미널에 나가 물건을 받는 방식)만 이용해 물건을 배달하는 치밀함을 보여왔다.
경찰관계자는 "일반 운전자들은 번호판 조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현행법 상 불법인데다 범행에 악용될 소지도 있어 앞으로도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