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보석을 신청했다.
정 회장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상태이고 정 회장이 오래 자리를 비우면서 현대차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석신청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4월 말과 5월 중순으로 예정했던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과 현대차 체코 공장의 착공식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지만 정 회장 부재와 검찰의 장기수사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수 역시 지난달부터 하락추세로 반전됐다. 또 한달 가량 구속수감돼 있는 정 회장이 고령인 점과 고혈압 등 건강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 있고 사법부가 재판 결과 정회장의 유죄를 인정한다면 처벌을 감수해야겠지만 현재 정회장의 건강상태와 자동차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정회장의 비자금조성 규모와 회사에 끼친 손해가 적지 않고 자금용처 수사를 위해 정회장의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된다는 보석반대 의견서를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한 부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 사건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는 정 회장 변호인단이 제출된 보석신청서와 검찰 의견서를 충분히 검토한 뒤 보석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보석이 신청되면 통상 △10년이 넘는 중형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때 △누범이나 상습범인 죄를 범한 때 △증거를 인멸하거나 인멸 우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을 때 등이 아니면 보석을 허가한다.
재판부는 검찰 의견을 받아 심리를 거쳐 보석 허가 또는 기각, 판결 선고시까지 결정 보류 등 3가지 형태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재판부가 보석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정 회장을 심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원의 보석 허가 여부는 빠르면 정 회장 첫 공판이 열리는 내달 1일 이후 주말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